[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자신의 정치 행보에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문 의원이 공개를 주도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이 실종된 것으로 최종 결론났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 (NLL) 포기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자 회의록 공개라는 초 강수를 던졌지만 정국은 '사초 실종' 이란 미증유의 사태에 빠졌다. 문 의원은 23일 개인 성명을 내고 "NLL(북방한계선) 논쟁을 끝내자"며 제안했지만 도리어 정치권의 역풍을 맞고 있다.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에서조차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부산에 머무르고 있는 문 의원은 '사초(史草) 실종' 사태 이후 나흘만에 첫 공식입장을 밝혔다. 문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사전 사후 자료를 열람해 "NLL 논란을 끝내자"고 제안했다. 이날 국가기록원이 국회에 제출한 정상회담 사전ㆍ사후 자료 단독 열람을 시도했던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과 같은 주장이었다.
그러나 정국 뇌관인 '회의록 실종'에 입을 닫았다. 문 의원은 대화록 실종 여부에 대해서나 원본 존재 확인 작업을 계속하자는 내용도 없었다. 여당의 '노 전 대통령 파기설'에 대한 반론도 내놓지 않았다. 때문에 이날 성명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구하기 위한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초 문 의원은 대통령 기록관에 보관중인 회의록 원본을 공개하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지킨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문 의원은 지난달 30일 "기록열람시 NLL 확정 문제와 공동어로구역에 관한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입장이 북한과 같은 것이었다고 드러나면 제가 사과는 물론, 정치는 그만두는 것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김한길 대표는 '선(先) 국정조사 후(後) 원본' 공개 입장을 천명했으나 문 의원이 강하게 나오자 입장을 선회했다. 당 내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저렇게 나오니 세게 나오는 이유가 있다"는 추측이 나돌았다. 상식적으로 문 의원록이 국가기록원으로의 회의록 '이관' 여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여야가 회의록 확인에 최종 실패하면서 정치권에서 '문재인 책임론'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문 의원이 회의록 공개를 주도하면서 국정원 대선 개입 공개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문제와 국정원 개혁 요구도 '사초 실종' 논란에 사라졌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24일 전화통화에서 "문 의원이 논쟁의 불씨를 만들고 이제와서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며 "적어도 당원과 국민들에게 어떤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대화록 열람을 주도했던 장본인이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과 해명 없이, 사과 없이 논쟁을 그만두자고 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이라며 "대통령 후보가 맞냐"고 비판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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