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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공정위·국세청 출신이야" 벼랑끝 롯데·CJ 흑기사 돼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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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기관 출신 사외이사 영입한 대기업들, 위기 약발 먹힐지 관심
롯데, CJ, 신세계, 현대車 등 비율 높아...국세청, 공정위 가교 역할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올 들어 사정기관이 재계를 향해 날 선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 CJ그룹 등이 5대 사정기관 출신 사외이사를 영입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방패막이용'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영입한 이들 사정기관 출신 인사들이 사정 정국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주목된다.


검찰 출신을 제외한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 사정기관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기업은 롯데, 신세계, CJ, 현대자동차그룹 등이다.

"나 공정위·국세청 출신이야" 벼랑끝 롯데·CJ 흑기사 돼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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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국세청 조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은 총 27명의 사외이사 중 6명을 국세청과 공정위 출신으로 채웠다. 오너 구속에 부침을 겪고 있는 CJ그룹은 사실상 이들 사정기관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신세계 역시 17명의 사외이사 중 6명이 이들 사정기관 출신이다. 이 두 회사 모두 법조출신 사외이사를 합하면 전체 사외이사의 절반에 육박한다.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쇼핑 사외이사에는 전 서울중부지역 본부세관장이었던 이홍로 한국거래소 사외이사, 롯데하이마트에는 전 국세청 차장인 정병춘 법무법인 광장 고문, 롯데케미칼에는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인 서현수 우경 회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에만 금융감독원 출신을 포함한 2명의 관료출신 사외이사와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 1명 등 3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이재현 회장 구속으로 부침을 겪고 있는 CJ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지주사 CJ 사외이사 4명 중에는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비롯해 김성호 전 법무부장관, 박제찬 전 국가정보대학원 교수 등이 포진해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갑순 딜로이트코리아 부회장을 새로 영입했다. CJ씨푸드는 단 1명의 사외이사를 공정위 사무처장을 지낸 이동규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으로 채웠다.


신세계는 감사원, 국세청 출신에 이어 올해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를 새로 영입해 사정기관 출신 비중이 가장 높다. 올해 새로 영입한 사외이사는 제15대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던 손인옥 씨다.


독과점 체제와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부담이 큰 현대차그룹의 경우 사외이사 43명중 15명이 국세청과 공정위 출신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외이사의 34%다.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었던 강일형 세무법인 다은 대표, 전 공정위 정책국 국장이었던 임영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지난 2012년부터 사외이사에 올라있다.


기아차도 사외이사에 국세청과 공정위 출신을 영입했다.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출신 홍현국 세무법인 가덕 대표이사, 전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인 김원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등이 기아차 사외이사다. 기아차는 그룹의 순환출자 등 지배구조 논란을 의식한 듯 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인 남상구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사실상 현대차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에는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었던 박찬운 피앤비세무컨설팅 대표와 전 공정위 상임위원이었던 이병주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이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대부분의 계열사에 국세청, 공정위 출신들이 포진돼 있다.


사외이사들은 국세청 세무조사나 공정위 조사, 검찰 수사 등에 직면할 경우 회사에 자문역할을 하면서 사정기관과의 가교역할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권 초기 사정당국의 의지가 워낙 강해 사정기관과 회사간 가교역할이 제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정기관의조사가 수사가 이뤄질 경우 회사에 자문하거나 진척상황을 파악하는 정도이지 조사, 수사에 영향을 미칠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며 "더구나 요즘처럼 사정당국이 서슬퍼런 칼날을 들이댈때는 사외이사들도 오해를 살 수 있어 조심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재계의 사정기관 출신 사외이사 영입에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다. 독립성과 객관성을 가져야할 사외이사진이 특정시기와 특정인맥에 따라 구성돼 이른바 '방패막이용'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난 3월말 주주총회 기준 상위 20대 대기업의 법조계 출신 인사 비중은 3.8%포인트 높아졌고 국세청과 공정위 비중도 각각 3.5%포인트, 1.2%포인트 높아졌다. 새 정부 초기 사정당국에 대비한 권력기관 출신 영입이라는 분석이다.


사정기관 출신 특정인사의 경우 복수의 기업 사외이사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송광수 전 대검찰청 검찰총장은 삼성전자와 두산 사외이사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고,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은 두산인프라코어SK케미칼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재계 한 고위급 임원은 "기업은 만약의 사태에 대한 방패막이용으로, 권력기관 고위급 출신들 인사들은 한 번쯤 사외이사를 해보는 것을 개인적인 커리어를 쌓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존 사외이사를 통해 추천을 받아 새로운 사외이사를 영입하는 인맥 중심형 인사가 여전히 팽배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그룹은 재계에서 가장 화려한 사외이사진을 갖추고 있다. 이인호 전 산업은행장, 김한중 연세대학교 총장, 송광수 전 대검찰청 검찰총장을 포함해 35명에 달한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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