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남성이 지배하는 부문에서 여성 리더로 사는 것은 외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는 무한한 축복이며 기회이기도 하다."
네트워킹 하드웨어 제조업체 시스코 시스템스의 파드마스리 워리어 최고기술책임자(CTO·51·사진)는 최근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와 가진 회견에서 협업·소통을 중시하는 여성 리더십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여성들도 모르는 사이 자기 '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인 여성이 이를 잘 드러내지 않고 팀워크만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리어는 여성들에게 "주목 받는 것을 즐기라"고 주문했다.
특히 정보기술(IT) 같이 남성이 지배적인 분야에서 여성은 위축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여성이 소수라는 것은 어디서나 남들에게 쉽게 기억되고 주목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라는 게 워리어의 설명이다. 특히 소수 여성 리더들은 해당 분야에서 다수의 남성 리더에게 없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워리어는 미 실리콘밸리를 이끌어가는 몇 안 되는 'IT 여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2005년 미 경제 격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스트에 이름을 처음 올린 뒤 해마다 IT 업계 여성 리더 순위에 단골로 등장한다. 지난해에는 포브스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명단 중 58위를 장식했다.
IT 분야만 놓고 보면 워리어는 마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 섀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와 함께 상위 10위 안에 포함된다. 그는 트위터 팔로어 140만명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영향력이 막강하다.
여성으로서 성공적인 리더가 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워리어는 "부드러움으로 대변되는 여성 리더십의 특성상 권위와 존경의 대상인 지도자가 되기란 남성보다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존경과 신뢰를 갖추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자질이다. 워리어는 "여성 리더가 부하 직원들에게 무엇을 지시할까 생각하기보다 이들로부터 어떻게 진심어린 존경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T 분야의 선도자 워리어는 1주에 하루 컴퓨터·스마트폰을 멀리한다.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ditox)의 날'을 갖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넘어 IT 기술로 실시간 연결된다. 그러나 때로 첨단 기기로부터 벗어나 삶을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워리어의 생각이다.
인도 동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州)에서 태어난 워리어는 델리 공과 대학을 졸업했다. 화학공학 석사학위는 미 코넬 대학에서 받았다. 그는 대학 졸업 후인 1984년 휴대전화 제조업체 모토로라에 입사해 23년 동안 근무했다. 모토로라에서 제작 엔지니어로 출발해 반도체 사업 부문과 에너지 시스템 분야를 두루 거친 그는 2003년 CTO에 올랐다. 2007년 시스코로 옮긴 그는 신제품 및 기술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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