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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인대출, 은행을 위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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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려주는 사람·필요한 사람, 직접 연결해주는 新개념 사이버금융

온라인 개인대출, 은행을 위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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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본점도 없고 지점도 없다. 지점이 없으니 창구 직원도 두지 않는다. 대신 인터넷에 사이버 창구를 열어 돈이 필요한 사람과 빌려줄 사람을 연결해주면 어떨까?

인터넷을 통한 대출중개는 오프라인 영업망과 인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보다 유리한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 대출받는 사람에게는 금리를 은행보다 깎아주고, 돈을 놓는 쪽에는 금리를 더 얹어줄 수 있다. 말하자면 은행에 비해 예대마진을 대폭 줄여, 이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이런 콘셉트의 개인 대 개인(P2P: peer-to-peer) 대출 중개 사이트가 눈길을 끌고 있다. 중개 방식은 인터넷 직거래와 비슷하다. 대출 신청자는 증빙서류를 제출하고 회원으로 가입한 뒤 빌리고자 하는 금액과 이자율, 상환기간 등을 제시한다. P2P업체는 이를 사이트에 게시하고, 투자자 회원은 여러 대출 신청 건수 가운데 선택해 돈을 빌려준다. 중개업체는 상환되는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아 매출을 올린다.

◆ “금리 좋고 떼이지 않는다” = P2P 대출 중개 사이트들은 기존 오프라인 은행에 비해 강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은행의 대출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영국 P2P 대출중개업체 레이트세터(ratesetter.com)의 리디언 루이스 사장은 최근 일간지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이트를 영국에서 대출하고 차입하는 곳 중 최고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회사의 피터 베렌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우리 고객들은 우리가 최고라고 여긴다”며 “고객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돼 정말 좋다”고 말했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P2P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금융의 기본’이라는 기사에서 P2P 대출중개 서비스에 대한 반응을 전했다. 금융 분야에서 일하다 은퇴한 리차드 한남은 지난 2년 동안 P2P 사이트를 통해 돈을 투자했고, 앞으로도 기존 금융권의 계좌에 돈을 맡길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한남은 “사람들이 P2P 대출중개가 너무 위험하다고 여기는 걸 안다”며 “하지만 현대적인 금융 제도가 어떤 점에서는 감독이 덜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는 P2P 대출중개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P2P 웹사이트에서 연 4~15%의 금리를 받았다. 물가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은행 이자율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영란은행의 앤디 홀데인 금융시장 안정 담당 이사는 “아직은 이들 업체가 작지만 15년 전에는 구글도 작은 회사였다”며 P2P 대출 중개 서비스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FT는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오픈 데이터 인스티튜트는 영국의 P2P 대출중개 금액이 3년 동안 3배로 증가했고, 이 속도라면 2016년에는 연간 10억파운드(한화 약 1조685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 개인대출, 은행을 위협할까



◆ 수백명이 십시일반 빌려줘= P2P 대출중개 서비스는 영국에서 시작됐다. 조파(zopa.com)이 2005년에 처음 이 서비스를 선보였다. 미국에서는 프로스퍼(prosper.com)과 렌딩클럽(lending club.com)이 성업중이다. 렌딩클럽은 지난해 구글에서 1만2500만달러를 투자받으며 화제가 됐다. 국내에는 머니옥션(moneyauction.co.kr)과 팝펀딩(popfunding.co.kr)이 서비스하고 있다.


주요 업체는 사이트에 회원 수나 대출된 금액을 올려놓았다. 조파는 현재 약 3억3400만파운드가 중개됐다고 밝혔다. 프로스퍼 사이트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185만 명의 회원 간에 5억5900만달러의 대출이 이뤄졌다.


개별 대출은 어느 정도 규모로 이뤄질까. 오픈 데이터 인스티튜트는 영국에서 지난 2010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약 4만 8891명이 3억7800만파운드(한화 약 6370억원)를 P2P 대출 중개업체를 통해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대출받은 사람은 5만 9851명이었다. 조사 대상 업체는 조파와 레이트세터, 펀딩 서클 등 3개 사이트로, 이들 사이트는 전체 서비스의 92%를 제공한다.


신청자가 빌린 돈은 평균 6316파운드(한화 약 1064만원)이었고, 투자자가 1인당 꿔준 금액은 7736파운드(한화 약 1304만원)였다. 대출이 연결된 금액은 많게는 수백명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보탠 돈으로 이뤄졌다. 투자자가 개별 건에 빌려준 돈의 중간값은 10파운드(한화 약 1만6900원)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돈을 수백 건으로 나눠서 빌려줬다는 얘기다.


◆ 틈새서비스 다양해진다= 영국에서는 P2P 대출중개 업체가 20여곳으로 늘어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업체의 대부분이 개인간 금융을 주선하는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중개 전문 업체, 집을 사서 임대할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전문 사이트, 대학원생 대상 대출 사이트 등이 생겨났다.


펀딩 서클(funding circle)은 중소기업 대출중개를 전문으로 한다. 경기가 좋지 않아 금융권이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는 가운데 펀딩 서클을 통한 대출은 큰 폭 증가했다. 펀딩 서클은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중개 실적을 1억2000만 파운드로 3배 늘렸다”며 "중소기업 대출 수요는 계속 증가한다“고 밝혔다.


아웃도어 용품 유통업체 아크 컨설턴트의 톰 윌리엄스 이사는 펀딩 서클에서 자금을 은행의 절반 아래 비용에 조달할 수 있었다고 FT에 들려줬다. 윌리엄스 이사는 “유럽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자금으로 8만파운드를 대출받으려고 했는데 은행은 집을 담보로 요구하면서도 17% 금리를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펀딩 서클에서 담보 없이 같은 금액을 7.35%에 빌릴 수 있었다.


영국 정부는 P2P 대출중개가 금융시장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지원에 나섰다. 빈스 케이블 산업부장관은 “정부는 이미 8000만파운드를 P2P 대출중개 서비스 같은 대체 금융에 투자했다”며 “이 투자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2억4000만파운드 규모로 이뤄지도록 촉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기대 크지만 한계도 커 = 십시일반 대출 방식은 한 투자자가 여러 개인에게 투자함으로써 빌려준 돈을 떼이는 위험이 줄어든다고 P2P 업체들은 주장한다. P2P업체들은 실제로 채무 불이행 비율이 낮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P2P 대출은 기본적으로 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 전체의 신용등급이 낮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아 기존 금융권에서 대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결국 상환비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씻어내기 어렵다. 원리금 상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투자자가 줄어들거나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P2P 대출중개 서비스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레이트세터는 준비금 방식의 해법을 마련했다. 이 회사는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100만파운드의 준비금을 쌓아놓았다. 조파도 후발주자 레이트세터를 따라 준비금을 챙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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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내년부터 P2P 대출중개 서비스를 규제하기로 했다. 다른 업종과 달리 P2P 대출중개 업계는 이 계획을 반긴다. 금융당국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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