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15일 경기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는 이른 아침부터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꽃을 피웠다. 3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방북 신청을 한 이들 80여명은 그동안 공단에 남겨뒀던 완제품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방북 전 교육을 위해 버스에 오르던 신발제조 업체 관계자는 "그냥 썩히는 것 보단 싼 값에 넘기더라도 가져오는 게 낫다"며 "오늘 올라가서 완제품을 최대한 많이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주기업 대부분 비슷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오전 7시50분 입주기업인들이 나눠 탄 버스 3대가 교육장으로 향했다. 버스 뒤편으로 보이는 출입통과소 앞은 4.5톤 트럭 20여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공장에서 완제품을 싣고 나오기 위한 차량들이었다. 평화제화, HJC 등 업체명이 적힌 육중한 트럭들 사이로 한전과 KT차량도 눈에 띄었다. 이들 기업은 공단 내 시설점검을 위해 방북 길에 올랐다.
8시30분께 입주기업인들을 태운 버스가 남북출입사무소로 돌아왔다. 이들은 내리자마자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탑승 때 미소를 보이던 것과 달리 굳은 표정이었다. 지난주 방북 교육 때 언론 노출을 자제하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날도 같은 교육이 이뤄진 것으로 보였다.
입주기업인들이 급하게 자리를 옮긴 곳은 남북출입사무소 1층에 위치한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실이었다. 안내데스크 앞은 휴대전화 등 개인물품을 보관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공단 폐쇄 후 처음으로 방북한다는 섬유업체 관계자는 "예전 생각도 나고 해서 마음이 벅차다"며 "얼른 제품을 살펴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방북하는 입주기업들은 섬유ㆍ봉제 업종으로 그동안 공단에 남겨뒀던 완제품 대부분이 철을 지나 정상적인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공단에 그냥 방치해둘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의류업체 창진어패럴 직원 임기언 씨는 "시즌이 지나 시장성은 없지만 바이어 주문이 있어 반출한다"며 "제 값은 못 받더라도 가져와서 처분하는 게 그나마 손해를 덜 본다"고 설명했다. 이은행 일성레포츠 회장도 "물건이 있어야 뭘 하더라도 하지 않겠느냐"며 "오늘 최대한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9시께 입주기업인 159명은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 군사분계선을 넘어 개성으로 향했다. 이날 방북한 인원은 입주기업인 포함 총 211명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5시 완제품을 싣고 내려 올 예정이다. 16일에도 섬유ㆍ봉제 업종의 물자 반출은 계속된다.
이정민 기자 ljm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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