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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공인구 파동으로 불거진 도덕적 해이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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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공인구 파동으로 불거진 도덕적 해이② 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단[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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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인구 파동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가토 료조 NPB 커미셔너의 거취다. 사의를 표명한 시모다 사무국장과 달리 사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커미셔너로서의 책임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몰랐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커미셔너의 해임은 구단주회의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칼자루가 12개 구단으로 넘어갔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일본 야구계에선 이번 파동 전에도 가토 커미셔너의 역량과 리더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잦았다. 2008년 7월 처음 커미셔너 자리에 앉은 가토는 4년 임기가 끝나가던 지난해 6월 재신임됐다. 애초 와타나베 츠네오 요미우리신문 회장은 만장일치로 임기를 연장시켜 주려 했다. 그러나 몇몇 구단주들이 재신임 안에 도장을 찍길 거부해 구단주회의가 한 차례 연기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도쿄대를 졸업한 가토는 외교관으로 주미대사까지 오른 일본 최고의 엘리트 출신이다. 당연히 명예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구단주회의에서 자신의 해임 안이 가결돼 쫓겨나듯 NPB를 나가는 건 인생의 큰 오점일 수밖에 없다. 명예를 지키는 방법은 자진사퇴뿐이다. 그럼에도 가토는 의연하다. 나름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야구계와 인연이 깊은 기타무라 하루오 변호사는 그의 속내를 다음과 같이 추측했다.

*편집자 주 : 기타무라 변호사는 고교시절 야구부로 활동하며 고시엔의 꿈을 키웠다. 2008년 오프 시즌엔 다케다 마사루(통산 73승 52패 평균자책점 2.75, 니혼햄 파이터스)의 에이전트로 연봉협상 테이블에 참석하기도 했다.


“가토는 외교관 출신이다. 국익을 위해 기밀을 함부로 발설해선 안 되는 직업이다. 외교관에겐 진실을 숨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특성은 진실을 밝히기 거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자세로 연결될 수 있다. 가토는 다가오는 구단주회의에서 자신의 해임 안이 쉽게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지난 2년간의 극단적 투고타저로 리그엔 엄청난 성적을 남긴 투수들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투수들의 연봉상승은 구단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성과급 옵션에 대한 기준은 대부분 지난 2년간의 투수기록을 토대로 계산된다. 공인구의 반발력 상승으로 타자들의 성적이 오르면서 많은 투수들은 올 시즌 옵션을 채우지 못하게 됐다. 아직 조사 중이라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적게는 1~2천만 엔, 많게는 5천만 엔 이상을 손해 본 투수가 발견된다.”


“연봉협상 과정에서 일부 구단은 공인구의 반발력이 오를 것을 알면서도 지난 2년간의 성적을 기준으로 옵션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그 구단들은 연봉상승을 막기 위해 가토의 공인구 반발계수 은폐를 눈감아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다가오는 구단주회의에서 가토의 해임 안은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다.”


*편집자 주 :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퍼시픽리그 6개 구단과 센트럴리그 3개 구단(히로시마 카프,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야쿠르트 스왈로스)은 최근 연봉협상에서 투수들에게 연봉+성적에 따른 성과급을 제시하는 빈도가 늘었다. 통상적으로 성과급의 최대치는 연봉의 50% 수준이다. 실제로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는 다르빗슈 유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마지막으로 뛴 2011시즌 5억 엔의 연봉에 성과급을 추가로 받기로 했는데, 옵션을 모두 달성해 7억5천만 엔을 거머쥐었다.


도덕적 해이


신공인구의 실제 반발계수가 드러나면서 일본 프로야구는 분노로 들끓고 있다. 6월 13일 주니치 드래곤즈의 다카키 모리미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니치는 강력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수년간 좋은 성적을 냈다. 올 시즌은 다르다(8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3.90). 우리 팀 투수들은 NPB를 상대로 소송을 걸 것이다.”


기타무라 변호사는 구단들이 소송을 걸 가능성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야구는 투수력과 공격력의 조합으로 이뤄지는 운동이다. 공인구 반발계수 상승으로 투수들은 피해를 봤지만 타자들은 이득을 봤다”며 “구단이 소송을 걸 경우 법원은 이득도 손해도 보지 않은 상황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엄청난 돈을 허공에 날리게 된 투수라면 상황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기타무라 변호사는 말했다.


“반발계수의 상승으로 인한 성적 하락을 입증할 증거가 얼마나 채택될지가 변수다. 증거가 인정될 경우 투수들은 충분히 승소할 수 있다. 하지만 대가가 따른다. 현역은퇴를 1년여 앞두고 있거나 빅리그 등 다른 나라 리그로의 진출을 눈앞에 둔 경우 그리고 은퇴 이후 야구계와 완전히 인연을 끊을 각오가 돼 있는 선수만이 소송을 걸 수 있을 것이다. 현역생활을 오래 할 선수라면 소송을 권하고 싶지 않다. 조직(일본프로야구)에 속한 인간은 의외로 생각이 협소할 수밖에 없으니까.”


피해자가 속출하는데 책임을 지는 이가 없는 상황은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풍경이 아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심판판정 문제를 비롯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일이 벌어지지만 책임을 지려는 이도 개선을 고민하려는 자세도 좀처럼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일본사회의 나쁜 측면이 몇 년 뒤 그대로 재현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강 건너 불구경을 하기엔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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