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대우조선·현대重 등 신기술 수주 전쟁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삼성중공업은 최근 독일계 화학업체 바스프와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시설 안에 쓰이는 덮개를 개발했다. 새로 개발된 덮개는 LNG 위에 넓게 펼쳐져 액체가 저장시설 내부 벽면에 부딪힐 때 생기는 충격을 줄여준다.
영하 162도의 민감한 액체를 운반하는 까닭에 LNG운반선은 통상 내부 저장시설을 가득 채우거나 텅 빈 채로 운항하는데, 덮개를 이용하면 저장량에 상관없이 LNG선이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다. 컨테이너선처럼 당초 출발한 곳에서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중간에 이곳저곳을 들러 LNG를 싣고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ㆍ해운사가 향후 수년간 LNG선 발주를 대폭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주요 업체들의 기술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바스프와 손잡고 LNG선의 활용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이 같은 방안을 연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바스프는 "2011년 전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4분의 1 이상, 약 3310억㎥ 정도가 액화된 상태에서 바다를 통해 운반됐다"며 "새로 개발한 솔루션은 충격을 줄여주는 것을 비롯해 온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북극지역에서 가스개발 프로젝트를 추진중인 러시아 업체는 최근 LNG선을 건조할 업체로 대우조선해양을 사실상 낙점했다. 얼음을 깨는 쇄빙선 기능,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할 수 있는 기능, 삼중연료시스템 등 첨단기술이 대거 적용돼 일반적인 LNG선에 비해 1억달러 가까이 비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극지방에 LNG선이 운행한 적이 없던 만큼 러시아 업체는 세계 시장 점유율 1ㆍ2위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가운데 고민한 끝에 대우조선의 손을 들어줬다.
조선ㆍ해운시황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인도된 LNG선은 28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 정도 늘었다. 16만㎥급 LNG선 최근 시세는 1억9800만달러 수준이다. 한창 조선경기가 좋았던 2008년께 2억5000만달러에 비하면 20% 정도 낮아졌지만 일반적인 벌크선이나 컨테이너선이 40% 가까이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선박 내부에 LNG 저장시설 4~5개를 탑재하는 단순한 모델이지만 극저온상태의 LNG가 워낙 다루기 힘든 탓에 전 세계적으로 LNG선을 만들 수 있는 조선소는 국내 대형업체를 비롯해 손에 꼽히는 정도다. 업계에 따르면 1996년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발주량 380여척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108척, 대우가 94척을 수주하는 등 전 세계 물량 대부분이 한국에서 건조됐다.
LNG선의 핵심설비인 내부 저장시설을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건 국내 조선업체가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자체적으로 화물창을 개발했지만 아직 선주사 측의 요구로 한번도 자체 화물창을 장착한 실적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창의 경우 척당 1000만달러에 달하는 기술료를 지급하면서 외국업체에 맡기고 있다"며 "국내서 제작된 화물창이 쓰이면 수익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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