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장치 고장난 공항, '육안 착륙' 누가 잘못?
조종사 과실 여부 쟁점
기체이상도 원인 가능성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아시아나항공 OZ214편의 사고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한국 국토해양부 및 아시아나항공 조사단이 사고 조사에 나선 가운데 기체결함, 정비불량, 관제시스템 고장 등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인재(人災) 가능성=우선 거론되고 있는 것은 조종사 과실. 샌프란시스코공항이 해안가에 위치해 있어 기상이 실시간 변하지만 사고 당시에는 기상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따라서 시계비행을 한 조종사(기장 및 부기장)의 과실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기장석에 앉은 기장(이강국)이 1만시간 이상의 비행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보잉 777기종 경험은 43시간에 불과해 조종사 과실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부기장석에서 앉은 조종사(이정민)가 보잉 777기종 비행시간이 3000시간이 넘는 베터랑 조종사라는 점에서 설득력은 약해 보인다. 이날 부기장석에 앉은 조종사는 교관자격으로 비행을 도왔다.
아시아나항공기 사고와 관련 NTSB는 7일 브리핑을 열고 OZ214편이 활주로 충돌 직전 재상승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NTSB 데버라 허스먼 위원장은 조종석 녹음 기록을 분석한 결과, 기장이 충돌 1.5초 전에 착륙을 중단하고 기수를 상승하려한 사실 있다고 했다. 기장이 착륙을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재상승을 시도하는 과정에 비행기 후미가 활주로와 충돌했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가 이번 사고원인을 풀 열쇠가 될 전망이다.
◇기체결함 또는 정비불량=조종사 과실과 함께 거론되고 있는 사고 원인중 하나는 기체결함이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엔진 등 항공기 기체에는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며 기체결함을 일축했다.
더욱이 777기종은 지난 1995년 첫 상업생산을 시작한 이후 단 한 건의 사망 사고가 나지 않은 기종이라는 점에서 기체결함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과 2011년 영국 히드로공항과 이집트 카이로공항에 사고가 발생한 바 있지만 사망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이 항공기에서 오일이 새 29시간 동안 정비를 받은 바 있어 기체결함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2008년 사고는 엔진 이상으로 판명됐고,2011년 사고는 조종실 화재였다. 777기종을 무결점 항공기로만 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콘트롤 타워인 관제 시스템은 제대로 가동됐나=또 다른 사고 원인으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관제시스템이 거론되고 있다.
사고가 난 샌프란시스코 공항 28L 활주로는 글라이드슬로프가 고장나 지난달 1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사용이 금지된 상태였다. 즉 착륙유도장치가 고장나 계기착륙이 불가능한 활주로다.
따라서 조종사가 시계 비행 후 육안착륙을 해야 하는 말 그대로 수동 착륙 활주로다.
미 연방항공청은 지난 6월 1일부터 8월 22일까지 샌프란시스코공항 28L 활주로의 계기착륙시스템 글라이드슬로프(계기착륙유도장치)를 사용할 수 없다고 공지한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관제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지만 이미 사전에 공지됐다.
따라서 OZ214편 조종사 2명이 시계비행 후 육안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 관제탑과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졌냐하는 것도 조사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6일 CNN방송이 보도한 OZ 214편 조종사와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중 OZ 214편 기장은 샌프란시스코 공항 도착이 7마일(11㎞) 상공에서 착륙을 준비중이라고 통보했다. 이는 착륙 직전 관제탑과 OS 214편과 정상적인 통신이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사고에 대한 조사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다만 이번 사고 항공기의 조종사가 생존하고 있어 여타 다른 항공사고에 비해 조사결과가 빨리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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