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저하고..3년 연속 오류 가능성
추천종목 대량 우량주에 집중
매수 위주 의견도 신뢰 잃어
최근엔 기업실적 전망도 틀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작년 말 증권사 리서치센터 대부분은 올해 증시전망으로 '상저하고'를 제시했다. 작년 유럽발 재정위기의 여파로 상반기에는 침체된 양상을 보이다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경기 회복과 함께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최근 증시 흐름을 보면 이 예측은 틀릴 공산이 크다.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를 운용하는 데 많은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비용만큼의 몫을 하느냐는 질문에서 자유로운 리서치센터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왜 신뢰를 잃었을까.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경기전망을 제시한 10개 증권사 리서치센터 가운데 모두 7곳에서 '상반기에 약세를 보이다 하반기에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상저하고를 예상했다. 지난 2011년과 2012년도 증시전망에서도 상저하고 의견이 대다수였지만 역시나 틀렸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1년과 2012년에 이어 3년 연속 틀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예상을 못한 점도 있지만 새로운 변수가 나타난 게 2년 연속 틀렸고 올해도 자칫 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1년 하반기에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악재가 나타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경제위기도 재부각됐다”며 “작년도 5월 그리스 선거 등 정치 일정이 유럽위기 해결의 발목을 잡아 상저하고 전망이 틀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기업 실적 전망도 틀렸다. 1분기 53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GS건설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400억~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전망했었다. 어닝쇼크를 예상한 분석보고서는 없었다.
조동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공사현장 등에 출장을 나가서 살펴보지만 해외에 나가서 본다고 하더라도 알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그곳에서 원가가 얼마나 투입되고 얼마나 손실이 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웠고 예측하는 데 실패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에 적극적인 투자자일수록 애널리스트 추천종목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모순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직접투자 기간이 10년 이상 된 투자자의 애널리스트 추천종목 신뢰도는 2.85로 1년 미만(3.09)이나 1~5년 미만(3.23), 5~10년 미만(3.14)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투자규모별로 살펴보면 고액인 1억원 이상 투자자의 애널리스트 추천종목 신뢰도는 2.94로 집계됐다.
임병태 금융투자협회 연구원은 “주식투자 경력이 많은 주식투자자일수록 애널리스트 보고서보다는 본인만의 투자 노하우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며 “애널리스트 추천종목이 대형우량주에 집중됐고 투자의견도 매수 추천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투자전략 수립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업황 침체기를 틈타 리서치센터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연초 1453명에 달하던 애널리스트 수는 지난 5월 말 1421명으로 32명(2.20%) 감소했다. 토러스증권도 올 초 24명이던 애널리스트를 지난달 말 12명까지 줄였고 매일 발간하던 보고서도 일주일에 한 번으로 바꿨다.
최승룡 토러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널리스트들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하고 있냐에 대해 앞으로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향후 다양한 기업탐방을 다녀서 고객들이 실질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리서치의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애널리스트를 그만둔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전망과 분석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을 따라잡아야 하기 때문에 내용에 충실하지 못한 보고서를 내놓는 경우도 많아 애널리스트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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