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천억 '대곡~소사 복선전철' 예산 배정 문제로 3년째 첫 삽도 못떠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총 사업비 1조5000억원 규모의 민자사업(BTL)인 대곡~소사 복선전철 건설사업. 2010년 7월 사업자가 선정됐으나 3년이 지나도록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요구에 기획재정부의 방어막이 막히며 예산배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탓이다.
설계비 등 초기 투자금만 220억원 이상을 투입한 사업주체로서는 사업이 지연될수록 금융손실만 떠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제에 정부가 SOC에 쓸 예산 지갑을 닫으려는 판국이어서 사업 자체가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SOC 예산 감축의 대안으로 민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확정된 사업조차 무산 위기에 처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곡~소사 복선전철 사업은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한 뒤 3년간 사업이 답보상태다. 당초 2012년 3월 착공 예정이었으나 국토부와 기재부가 예산 배정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대곡~소사선은 2016년 소사~원시 노선과 연결 예정으로 장기적으로는 '북한-대곡-김포공항-소사-원시-서해선'까지 연장, 서해 남북물류의 중추적인 역할을 목적으로 건설이 추진됐던 사업이다.
국토부는 2011년 12월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사업협약을 마무리하고 이 노선을 일반철도로 지정ㆍ고시했다. 그런데 기재부는 이같은 고시가 사전협의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일반철도 지정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일반철도의 경우 100% 중앙정부 예산으로 사업비를 부담해야 하는 데 대곡~소사 노선의 경우 지자체가 25%를 부담하는 광역철도가 맞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다.
일반철도냐 광역철도냐를 놓고 두 부처가 설전을 벌이는 사이 착공시한은 1년을 훌쩍 넘겼고 2013년 예산 심의에서 기재부는 광역철도안으로 국회에 예산배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국회는 국토부와 사업자,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의 입장을 받아들여 대곡~소사 노선을 일반철도로 분류해 예산배정을 승인했다. 그러면서도 기재부의 주장을 일부 수용해 사업비의 10%는 해당 지자체인 서울시와 경기도가 부담토록 조건을 달았다.
이같은 조치에는 다시 지자체들의 반발을 불렀다. 사업지연의 또다른 요인이 된 것이다. 일반철도로 분류된 사업에 1000억원 넘는 10%의 예산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게 서울시와 경기도의 주장이다.
이에 착공이 늦어져 사업협약대로 2016년 준공을 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2016년 준공 일정을 맞추려면 늦어도 올 하반기엔 착공에 들어가야 하는 데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곡~소사(19㎞) 노선의 준공 일정이 늦춰질 경우 연결선인 소사~원시(24㎞) 구간의 운행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지며 교통편의 제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철도 차량 발주권을 대곡~소사 노선 사업자가 갖고 있어 소사~원시 구간이 준공돼도 운행할 차량이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현 상태에서 가장 빠른 문제의 해법은 지자체가 10%인 1500억원을 부담하는 방안일 수 있다. 하지만 재정 부족에 시달리는 지자체가 이를 선뜻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결국 중앙 정부가 100% 예산 부담을 하는 것 외엔 달리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SOC에 대한 신규 예산 배정에 부정적이어서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광역철도로 분류해야 맞는 사업"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SOC에 대한 예산을 삭감한 상황에서 90% 예산지원까지 결정됐는데 추가로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서해 물류량을 감안할 대 대곡~소사 노선이 그렇게 시급한 사업도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복지예산 확보를 위해 SOC 예산이 우선순위가 밀린 여파가 이 사업에 영향을 주며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SOC 예산 감축의 대안으로 민자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부처간 이견 조율을 통해 사업이 조속히 정상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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