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맨' 기억나세요?
80년대 초 한국의 대학생들 대부분이 워크맨 하나씩은 가지고 다닐 정도로 인기였죠. 삼성전자의 '마이마이'도 인기였죠.
1979년 오늘은 일본의 소니가 워크맨(walkman)을 판매하기 시작한 날입니다. 창립 33주년을 기념해 일본에서 3만3천 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았죠.
소니가 워크맨을 내놓기 전까지 음반 시장은 LP레코드가 주류였는데 크기가 너무 커서 휴대용으로는 불가능했죠. 1962년 필립스가 손바닥만한 카세트 테이프를 내놓았으나 음질이 좋지 않았고 고장이 잦아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소니는 음악 재생에만 초점을 맞춰 크기를 대폭 줄인 워크맨을 내놓은 것입니다. 스피커도 내장하지 않아 반드시 헤드폰을 사용해야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음질이 뛰어나고 크기가 작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
워크맨도 초기 일본에서 혹평을 받긴 합니다만 곧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워크맨으로 인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 진 것입니다.
사실 워크맨은 '걸어다니면서 음악을 듣는다'는 의미로 만든 조어(造語)이긴 하지만 영문법 상으로는 말이 안됩니다. 그래서 소니는 이듬해 미국 시장에서는 영문법에 맞게 '사운드 어바웃'(sound about) 이라는 이름으로 판매에 나섭니다. 그러나 이미 워크맨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뒤였기 때문에 소니는 곧바로 모든 제품을 워크맨으로 통일해 판매하게 되죠. 결국 '워크맨'은 1986년 옥스포드 사전에 정식 단어로 등록 되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까지 전 세계에 2억대 이상이 판매되는 엄청난 바람을 일으킨 워크맨도 디지털 음원의 유통에 따른 MP3플레이어에 시장을 내주게 됩니다.
소니도 시장 변화에 대응해 MP3 플레이어 제품을 내놓기는 했으나 소니 제품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폐쇄적인 제품이었습니다. 소니의 MP3플레이어로 일반 음원을 듣기 위해서는 파일 형식을 소니에 맞게 바꿔야 하는 불편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 바람에 워크맨의 신화를 이어가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입니다.
결국 소니의 MP3플레이어는 경쟁 제품에 비해 음질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외면합니다. 소니는 이후 좀 간편한 방식의 제품을 내놓았으나 시장은 이미 애플의 아이팟이 장악한 뒤였습니다.
한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회사가 그 성공 때문에 오히려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 왔죠.
카메라 필름의 왕자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를 가장 먼저 만들고도 잘 나가는 필름 사업에 안주하는 바람에 낙오하고 만 것이 좋은 사례입니다.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itb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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