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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영화]자본주의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예언...'코스모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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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드릴로 소설 원작..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신작

[주말엔 영화]자본주의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예언...'코스모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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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많은 이들이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본격적으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과연 자본주의가 장밋빛 미래를, 나와 내 가족들의 행복을 보장해줄 것인가. 높은 실업률, 늘어가는 부채, 양극화 등 부정적인 징후들은 이미 만연해있었지만 누구도 경고해주지 않았던 사실이다. 내 노동의 대가가 월가의 탐욕과 숫자놀음으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결국 자본주의의 심장부 월가를 점령한다. 2011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당시 시위대들이 내걸었던 구호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신작 '코스모폴리스'는 자본주의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예언서 같은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시위대들이 도시를 장악한 모습은 우리가 이미 뉴스에서 봤던 익숙한 장면이다. 다만 "자본주의의 망령에 세상이 사로잡혀 있다"는 전광판의 적나라한 문구나, IMF 총재를 살해하고 대통령마저 위협하는 시위대들의 과격함은 현 상황보다 더 절실하고, 더 악몽같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기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지만 머지않은 2020년이나 2025년의 모습이라고 해도 설득력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이 원작으로 삼고 있는 돈 드릴로의 동명 소설이 2003년에 나왔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발표한 이 소설에서 묘사된 풍경은 정확하게 5~7년 뒤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월가 시위 등의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의 단골손님으로 거론되는 작가, 돈 드릴로는 앞서 9 11 사태를 예견하는 듯한 작품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그만큼 그가 내다보는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 '코스모폴리스'는 28세의 젊은 나이에 천문학적인 돈을 주무르게 된 최연소 거물 투자가 에릭 패커의 하루를 따라간다. 에릭 패커를 태운 하얀색 리무진은 욕망과 타락의 도시, 뉴욕의 도심을 유유히 가로지른다. 그러나 이 억만장자의 창백한 얼굴에는 초조와 불안, 피곤함이 가득하다.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보를 조합하고, 그가 고용한 전문가들이 모든 경우의 수를 분석했지만 에릭은 요동치는 외환시장에서 거액을 잃는다.


[주말엔 영화]자본주의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예언...'코스모폴리스'


영화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에릭 패커의 몰락 과정을 시간의 순서대로 담아낸다. '코스모폴리스'의 묘미는 회계전문가, 투자전문가, 경제학자, 주치의, 큐레이터, 사회학자, 유명 뮤지션 등이 차례차례로 리무진에 올라타서 그와 나누는 대화다. 이 방대한 양의 대화는 때로는 자본주의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때로는 인간성을 상실한 세태를 비유적으로 까발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로 나온 시위대들의 공격은 과격해지고, '결국 들쥐를 화폐로 썼다'는 어느 폴란드 시인의 구절처럼 도시는 세기말적인 공포로 가득차게 된다. 사람들은 에릭 패커를 이 모든 악의 근원으로 여기고 그를 죽이려고 혈안이 돼있다. 밤이 되자 새하얗게 빛나던 에릭의 리무진도 각종 오물과 페인트로 더럽혀지게 되고, 에릭은 그를 죽이려는 한 사람과 마주하게 된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돈 드릴로의 소설을 읽고 "최첨단의 독특하고, 색다르고,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지적이고 철학적인 대사가 마음에 들어 작가의 허락을 받자마자 6일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원작 자체가 예언적인 성향이 강했고,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에는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로 되살아나 소름이 돋기도 했다"는 게 크로넨버그의 설명이다. 전작에서 폭력의 특성과 본질에 관심을 두었던 그가 이번에는 자본주의의 폭력성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이 영화를 본다고 해서 자본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거나 나를 보는 시각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10대들의 우상이 된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 변신은 놀랍다. 시도때도 없이 욕망을 분출하지만, 자신이 이뤄 놓은 결과물들을 통제하는데 실패한 에릭 패커의 초조한 눈빛이 그 증거다. 줄리엣 비노쉬, 마티유 아말릭, 지아마티 등 연기파 배우들도 짧지만 강렬하게 등장한다. 누가 뭐래도 '에릭 패커'는 인간성을 상실한 자본주의가 낳은 기형아임을 크로넨버그 감독은 보여 준다. 27일 개봉.




조민서 기자 summ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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