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한집 걸러 한집에 가정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가정 내 폭력으로 인한 기혼여성의 신체폭력 피해율은 영국, 일본보다 5배 이상 높다.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이들의 숫자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으며 재범률은 4년 전보다 4배 이상 높아졌다.
정부는 이 같은 가정폭력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로 하고 폭력 가해자가 경찰관의 현장출입이나 피해자를 격리하기 위한 긴급조치를 거부할 때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피해자가 안전하게 자녀와 거주할 수 있도록 가해자에게 자녀면접교섭권도 제한했다.
정부는 28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여성가족부, 교육부, 법무부, 경찰청 등 8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정폭력 방지 종합대책'을 심의ㆍ의결했다. 대책은 ▲가정폭력 사건 초기 대응 및 처벌 강화 ▲피해자 및 가족 보호 확대 ▲예방체계 내실화를 골자로 2017년까지 가정폭력 재범률을 25.7%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지난해 재범률은 32.2%로 2008년 (7.9%) 이후 급증세다.
이번 대책은 가정폭력사고의 초기대응과 가해자의 처벌강화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앞으로 가해자가 경찰관의 현장조사와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거부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될 때에는 경찰관 출동이 의무화되며 전문상담가도 동행해야 한다. 또 가정폭력 피해자가 주거지에서 자녀와 생활하면서 자립할 수 있도록 가해자는 자녀면접교섭권을 제한받게 된다. 이와 함께 보호시설, 긴급피난처 등이 원거리에 위치한 지역은 병원 등의 지역 자원과 연계한 '임시보호소'를 설치토록 했다. 현재 249곳의 지자체 중 113곳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가해자 처벌도 강화된다. 정부는 경찰에 가정폭력 사건이 신고될 때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주취 상태자는 경찰관서 또는 응급의료센터에 분리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습적이거나 흉기를 이용한 가정폭력사범은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하고 과거 전과사실과 추가 여죄 등을 적극 확인토록 했다. 또 수사 이후 피해자에 대한 보복 위험성과 재발여부가 확인될 경우에는 더욱 엄정 대응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가정폭력 예방차원에서 초범이나 합의된 경우라도 원칙적으로 교육ㆍ상담을 조건부로 한 기소유예가 적용된다. 가정폭력 발생 후 최소 8시간에서 최대 40시간 범위 내에 교육이 실시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공소권 없음' 처분 대상인 단순 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 단계에서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해 수강명령이나 상담위탁을 청구하도록 했다. 가정폭력방지 의무교육 대상은 앞으로 공공기관, 지자체 등으로까지 확대되며, 경찰에는 가정폭력 재범 위험성 조사와 관련한 교육을, 검찰과 법원에는 직무교육과정에 가정폭력 인권교육 과목을 개설할 예정이다.
이주여성을 위해서는 수사과정에서 충분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통역지원을 강화하며, 현재 224곳인 공인된 여성관련 단체를 통해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피해사례가 발견되면 단체의 발급확인서를 '혼인단절 귀책사유 증빙자료'로 인정하고 피해여성에 대한 각종 체류허가 시 활용키로 했다.
한편 가정폭력의 평균 지속기간은 11년 2개월로 피해자의 48.2%가 10년 이상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부부폭력, 자식ㆍ노인 확대 등 유형별로 하나 이상의 폭력을 경험한 사람의 비율인 가정폭력률은 지난 2010년 54.8%로 2007년보다 4.4%포인트 높아졌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가정 내 폭력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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