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일부러 의도한 게 아니라면 재현 실험결과대로 현실에서 발생하기는 불가능하다."
국토교통부가 공개적으로 급발진 재현 희망자를 신청받아 26~27일 이틀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급발진 공개 재현실험'을 실시했다. 하지만 결론은 예상대로였다. 급발진 현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급발진 원인이 되는 것으로 지목된 ▲전자식가속제어장치 작동 실험 ▲스로틀 강제 개방 실험 ▲연료제어장치(ECU)의 습기에 의한 오작동 실험 ▲고조파 발생을 통한 오작동 유도 실험 ▲제동 가속페달 동시작동 ▲ECU 전기충격 및 발전기 고전압 발생을 통한 오작동 유도 실험 ▲ECU가열 및 냉땜 ▲연소실 카본퇴적을 통한 급발진 재현실험 등으로 나눠 진행됐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자동차 시험 주행로 한쪽 끝에 마련된 공개 재현실험장에는 실험을 참관하러 온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관심도를 보여줬다. 관람객 옆으로는 자동차안전연구원 측에서 미리 준비해 놓은 차들이 실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차들은 모두 실험 신청자들이 사전에 주문한 조건에 맞춰 준비돼 있었다.
이광범 자동차안전연구원 조사인증실 팀장은 27일 급발진 재현 실험에 앞서 "재현실험에 대해 신청인이 원하는 차, 원하는 조건, 원하는 장비를 다 맞췄다"며 "신청인이 제시한 아이디어 6건에 대해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밝혔다. 급발진 재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일반인들의 요구조건을 다 들어줄 정도로 충분히 준비했다는 뜻이다.
특히 'ECU 전기충격 및 발전기 고전압 발생 실험'을 위해 자동차안전연구원은 YF소나타 1대, 소나타2 1대, 라비타 1대, 발전기 5개, ECU 4 등 많은 장비를 구매하고 준비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라비타 차량은 국내에서 보기도 어렵다"며 "소나타2와 라비타는 엔진에 상관없이 경기도권내에 한대씩 밖에 없어 구매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라비타용 ECU 4개는 전국에서 다 긁어모은 것"이라며 "이제 국내에서 라비타 ECU는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한다"고 말해 참관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같이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실험이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신청자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데 주력했다. 그럼에도 실험에서는 어떤 급발진의 예후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급발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참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실험이라는 평가가 나올법 했다. 더구나 S차 직원은 "어떤 식으로든 100% 오작동이 나게 설정을 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급발진이) 재현 되더라도 실제상황에선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운전자가 주행 중 의도해서 오작동을 일으키지 않는 한 발생할 수 없는 상황만 재현한다는 뜻이어서다.
또한 실험에서는 차량에 1개의 요인을 가했을 때의 급발진여부를 확인했다. 이에 한 관람객은 "급발진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수십만분의 1 확률로 일어나는 사고"라며 "이런 식으로 실험해서 급발진을 재현시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대해 재현실험 평가위원회 관계자는 "접수된 아이디어가 많았으면 공학적으로 고려해 추려냈을 것"이라며 "(재현실험) 신청자가 얼마 없어 모든 신청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수용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장을 맡은 윤영한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실험이 끝나자 "급발진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급발진이) 있다고 발표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됐다"면서도 "국민의 불안감을 씻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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