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발칸반도의 주요 국가인 크로아티아가 다음달 부터 유럽연합(EU) 정식 회원국이 된다.
EU의 28번째 회원국으로서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고 EU 국가들과의 교역이 활발해져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유럽 국가들이 경제 침체 국면을 빠져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EU 회원국이 되는 것이 기대 보다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부정적 분석도 나오고 있다.
크로아티아 국민들은 EU 가입에 시큰둥한 분위기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26일(현지시간) 최근 실시한 크로아티아의 EU 회원국 가입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9%만이 EU 가입을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크로아티아 시민은 EU 회원국 가입을 두고 "파티에 늦게 등장한 초대받지 못한 손님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크로아티아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실업률이다. 현재 크로아티아 실업률은 20% 수준이지만 크로아티아의 EU 가입으로 실업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다. EU 가입 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크로아티아 기업들을 줄도산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도이체방크도 최근 보고서에서 크로아티아의 EU 가입이 중장기적으로는 크로아티아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에 의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경쟁에 있어 보수적인 정치인들에 의한 소극적인 대처가 크로아티아 경제를 위기로 몰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크로아티아의 현재 경제 상황은 다른 EU 국가들과 비교할 때 한참 뒤떨어져 있다.
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크로아티아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300유로로 EU 국가 평균 2만5600유로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를 기록, 2008년 이후 성장을 멈췄다. 실업률은 올 4월 기준 18.1%로 이 역시 EU 국가 평균 11% 보다 높다. 청년 실업률은 더 격차가 심하다. 3월 기준 크로아티아의 청년 실업률은 51.8%로 EU 국가 평균 23.4%의 두 배 수준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월 크로아티아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크로아티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Baa3'에서 'Ba1'으로 하향조정했다.
에스토니아와 불가리아의 경우 2004년과 2007년 EU 경제가 호황기 일 때 회원국 가입이 확정돼 수혜를 입었지만 이번 크로아티아의 경우는 유럽 국가들이 오랜 경기침체의 터널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 일각에서는 크로아티아가 EU 가입 후에도 GDP의 20%를 차지하는 관광업의 특수를 기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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