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증권신고서 4건 중 1건이 정정공시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회사채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에게 발행사가 제출하는 채무증권신고서는 정보의 보고(寶庫)나 다름없다. 증권신고서에는 자금의 사용처는 물론 회사채 발행사의 강점과 약점까지 자세히 기술돼 있기 때문이다. 기관 투자자보다 투자 정보가 부족한 개인이 증권신고서, 특히 정정공시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들어 접수된 채무증권신고서는 총 1654건으로 이 중 446건이 정정공시에 해당한다. 비율로는 26.9%로 4건 중 1건이 정정공시인 셈이다. 회사채 정정공시 중 가장 흔한 유형은 단순 기재 오류다. 올초 SK케미칼은 증권신고서 내 예비투자설명서의 대표이사명을 기존 최창원ㆍ김창근ㆍ이인석 각자대표에서 최창원ㆍ이인석 각자대표로 정정했다. 증권신고서 제출 직전 김창근 전 대표가 SK이노베이션 회장으로 선임되며 SK케미칼 대표직을 사임했지만 반영이 안된 것.
동부건설은 증권신고서 제출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내용을 누락한 경우다. 회사채 발행사는 최근 3개년치 재무제표를 첨부해야 하지만 동부건설은 2개년치만 내용에 넣었다.
회사채 주관 증권사들이 다른 발행사의 증권신고서를 그대로 베끼다 발생하는 오류도 빈번하다. 지난해 한솔제지의 발행 주관을 맡은 K증권사는 발행사 이름과 인수단 증권사를 잘못 기재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K증권사는 한솔제지 직전 금호피앤비화학 회사채의 주관도 맡았는데, 당시 증권신고서를 베껴 적다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H증권사 역시 한 지방 금융지주사의 회사채를 주관했다가 대표 주관사 이름을 잘못 적어 회사채 발행이 닷새나 늦춰지기도 했다.
그나마 단순 기재 오류의 경우는 치명적인 투자정보 왜곡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문제는 증권신고서 내 '투자위험' 부분을 잘못 기재하거나 일부 내용을 누락하는 경우다. 금융감독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달 들어서도 투자위험 정정공시가 잇따르고 있는데, SK해운은 지난 24일 부채 규모와 개별기준 부채비율을 추가하는 등 투자위험 항목을 보강해 공시했다. 앞서 화인파트너스는 핵심투자위험 부분에 현재 진행 중인 울산반구동아파트개발사업의 분양율을 추가 기재하는 등 위험 수준을 추가로 밝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사들은 아무래도 취약한 부분은 최대한 숨기고 싶어한다"면서 "회사채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보다 솔직하게 투자자에게 위험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회사채 정정공시는 발행사가 알아서 제출하는 자진정정도 있고, 금감원의 제출 요구를 받고 추가 공시하는 경우도 있다. 정정공시를 하면 회사채 발행 전체 일정이 늦춰질 수도 있는 만큼 투자자는 반드시 일정 변동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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