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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다시 검찰 포토라인에 선 재벌 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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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어제 검찰에 출두해 17시간 조사를 받고 오늘 새벽 귀가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30대 재벌의 총수가 검찰에 소환된 것은 처음이다. 이 회장은 국내외에 불법 비자금을 조성ㆍ운영하면서 조세포탈ㆍ횡령ㆍ배임의 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비자금을 굴리는 과정에서 재산 국외 도피,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ㆍ미술품 거래,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가조작 등 다양한 불법ㆍ편법 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을 구속ㆍ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9위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13위인 CJ그룹 이 회장까지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이끄는 위치에 있는 주요 재벌의 총수들이 줄줄이 사법적 징벌의 대상이 되는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찹하다. 그 사유가 주로 회사 돈을 개인 돈처럼 빼돌리거나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검찰의 이번 이 회장 수사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내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불거진 재벌 총수 관련 수사이자 대형 지하경제 사건이다. 재벌, 곧 대기업 집단은 경제개발이 본격화한 1960년대 이후 급성장하며 한국 경제의 오늘을 만든 주역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전근대적인 소유 경영 체제와 이에따른 후진적 관행, 비리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 경제민주화가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는 여전한 대기업의 그늘, 부도덕성과 횡포가 자리 잡고 있다. 또다시 재벌 총수가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국민들은 정치ㆍ사회적 변화의 조류를 따라가지 못하는 재벌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재벌 총수가 검찰에 불려 가는 일은 이번으로 끝나야 한다.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으려 하는 한국 경제의 현실을 타개하려면 아직 대기업들이 해야 할 역할이 크다. 이번 사건은 대기업 집단 경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검찰이 이번 사건을 엄정하게 수사하여 의법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준법ㆍ투명 경영에 대한 대기업 소유 경영자들의 확고한 의지와 실천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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