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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은 성났고 오송은 웃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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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경영하라② "왜 경영인가"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지난 2003년 7월 주민들의 시위로 시작된 이른바 '부안군 방폐장(방사성폐기물처분장)' 사태. 방폐장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부안군을 시작으로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부안군이 위도에 방폐장 유치를 선언하면서 불거진 갈등은 1년 이상 계속됐다. 군수가 주민들에게 폭행당하고 주민 수백 명이 사법 처리됐다. 주민들끼리 편을 갈라 방폐장 유치 찬반을 둘러싸고 실력행사까지 벌어졌다. 방폐장 건설은 무산됐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사회적 비용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부안군 공동체회복을 위한 포럼'을 만들었다. 포럼은 3년 동안 지속됐다.

부안군 사태는 왜 갈등을 '경영'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갈등은 '관리'를 넘어서 '경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리가 사후 개념이라면 경영은 보다 종합적인 관점을 필요로 한다.


시화호를 둘러싼 환경오염문제도 전형적인 갈등 사례다. 이 경우엔 개발과 환경이라는 가치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국가와 주민, 지자체와 주민 등 얽히고설킨 입체적 갈등이 전개됐다. 이런 상황에서 관계자들이 모여 '시화호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구성했다. 결국 협의회는 4년반에 걸쳐 환경을 보전하면서도 지역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대안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예상되는 갈등에 대한 사전 정지작업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오송과 세종시간 송전선로의 경우 사전 의견 청취가 갈등 해결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는 지역주민이 참여한 협의회를 통해 송전선로가 어디로, 어떻게 구축될 것인지 미리 충분한 의견을 청취했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이 모아졌고 합의된 상태에서 송전선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었다.


호남고속철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미리 노선을 정하지 않고 점선으로 표시한 뒤 이해관계자들과 논의를 시작했다. '갈등영향분석'에 나선 것이다. 철도는 노선이 어떻게 확정되느냐에 따라 지역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상황에서 노선을 확정하지 않고 점선으로 표시한 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노선을 하나하나씩 만들어 가는 '갈등 경영' 과정을 밟았다.


갈등은 작게는 한 동네를, 크게는 한 국가를 뒤흔들고 공동체 존립마저 위태롭게 한다.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곳에는 갈등해결시스템이, 갈등이 예상되는 곳에는 예방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아직 이런 법적 뒷받침이 부족하다. 사회적 갈등이 많은 편이지만 관련 법규는 '공공기관의 갈등예방 및 해결에 관한 대통령령'이 전부다. 기업은 물론 지자체 , 국가의 갈등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고도화될 수록 평면적 접근 만으론 부족하다. 갈등의 양상이 복합적일 때 해결방안도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갈등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것은 글로벌 이슈이기도 하다. 인종 갈등이나 세대간 갈등, 흑백 갈등은 여전히 지구상에 존재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은 "갈등 경영이 전 세계적으로 주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21세기 국가 경영의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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