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17일 예산안 승인...저소득층반발,중앙은 물가 7.8% 상승 예고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인도네시아 의회가 기름값 인상에 맞춰 극빈층에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예산안 수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기름값을 대폭 인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시민들은 이번 조치가 물가인상만 부추길 뿐이라며 반대하면서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자카르타 글로브에 에 따르면,인도네시아 의회는 17일 11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인도네시아 극빈층에 연료비 인상분에 대한 현금보조금 지급을 위한 예산안 수정안을 승인했다.
앞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휘발유와 같은 저옥탄 석유의 가격을 리터당 2000루피아 인상한 6500루피아로,디젤유는 1000루피아 인상한 5500루피아로 각각 책정한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로써 인도네시아 정부가 기름값 인상을 단행할 길이 열렸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수정안은 빈곤선 아래에서 생활하는 수천만 인도네시아인의 삶에 줄 충격을 덜어줄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에 따라 유도요노 정부는 조만간 저옥탄 휘발유는 44%,디젤유는 22%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인도네시아 정부가 기름값을 인상하는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기름값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기름수요 증가로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연료보조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따른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인도네시아 경제는 글로벌 경제침체 가운데서도 최근 몇 년 동안 6% 이상 성장하고 인도네시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등 착실한 성장을 유지한 결과 자동차 판매가 급증했다.
경제성장과 자동차 판매 증가로 기름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석유가격이 오르면서 기름수요의 4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심하게 재정압박을 받아왔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된 차량은 110만대로 3년 전 총판매대수의 두 배로 늘어났으며 연료비 보조금도 2009년 45조 루피아에서 2012년 212조 루피아(미화 214억 달러)로 불어났다.
인도네시아 재무부는 휘발유와 디젤유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보조금 규모는 올해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인 297조 루피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재정적자도 국내총생산(GDP)의 1.63%에서 2.38%로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예산의 거의 16%를 차지하는 보조금을 중단하고 그 자금을 빈약한 인프라스트럭쳐 보완에 쓸 것을 주문해왔다.
연료보조금 삭감이나 지급중단은 인도네시아 정치권에서 극심한 논란을 낳는데다 유도요노 정부도 2014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쉽게 꺼내들지 못했다. 그렇지만 유도요노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오자 상황이 급반전한 것이다.
정부의 기름값 인상방침이 기정사실로 되자 택시운전사를 비롯한 인도네시아인들은 이번 삭감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연료비 인상에 맞춰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부정부패가 극심해 손에 돈을 쥐지 못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날부터 두 주간 연료비 인상의 불가피성을 홍보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지만 수천 명의 시민들이 인도네이사 전역에서 기름값 인상에 반대하는 극렬한 시위를 벌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시위에 대비해 수도 자카르타에 2만 명의 경찰과 군병력을 배치하고 물대포로 돌을 던지는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수마트라섬의 잠비에서는 경찰이 체루가스를 쏘아 수백명의 시위대를 해산시켰지만 인도네시아인들의 반대 를 잠재울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기름값 인상으로 물가상승률이 관리목표인 3.5~5.5%를 크게 웃도는 7.8%에 이를 수도 있다고 밝혀 인도네시아는 물가급등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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