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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근소세제 개편보다 먼저 해야할 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03초

정부가 근로소득세제를 개편할 방침이라고 한다. 소득공제 중 일부 항목을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게 골자다. 총급여에서 인적공제와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등을 제한 뒤에 세금을 매기는 현행 방식에서 과세소득 금액에 세율을 곱해 세액을 산출한 후 일정액을 세금에서 제하는 쪽으로 고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8월에 구체적인 축소 대상 세액공제 항목과 크기, 세액공제 한도 확대폭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의 명분은 조세 형평성이다. 소득공제는 공제항목의 지출이 많을수록 세금이 줄어든다. 때문에 씀씀이가 큰 고소득자에 상대적으로 세금 감면 혜택이 더 돌아간다는 것이다. 세액공제로 전환하면 이 같은 문제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고액 연봉자의 세 부담은 늘어나겠지만 '평범한 샐러리맨'에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정부의 설명은 일견 그럴 듯하다. 하지만 기준을 어떤 형태로 바꾼다 해도 형평성 논란은 사그라지기 어렵다. 같은 소득구간 내의 근로자라고 해도 부양가족 수나 지출 성향, 기ㆍ미혼 여부 등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섣불리 중산층 이하 소득자의 세 부담은 변함없다고 속단할 일도 아니다. 과세 형평을 내세워 가뜩이나 유리지갑인 근로자의 세금을 사실상 올리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다. 대신 비과세ㆍ감면 제도를 축소하겠다고 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자의 비과세와 소득공제 금액은 230조원이라고 한다. 정부는 공제제도를 고치면 이 중 상당 부분을 징수 대상에 포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부족한 복지 재원을 마련하려고 가장 손쉬운 곳부터 손대는 것이 아니냐는 월급쟁이의 불만이 나올 만하다.

정부가 조세 형평성을 얘기하려면 근소세제 개편에 앞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지하자금 양성화와 고소득 전문직, 금융 소득자 등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세원 발굴이 그것이다. 법인세 개편, 종교계 과세 문제도 결론을 내야 한다. 근소세제 개편은 직장인의 소득과 지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이다. 소득이 투명한 이들을 최우선 증세 대상으로 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중장기 과제로 공론화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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