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사태 이후 相生 해법은
막말 파문후 사회적 불매운동 확산
乙 울렸던 甲도 주가하락 등 눈물
반기업 정서보다 공존 전략 절실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유통업마다 '밀어내기'는 분명 존재하지만 정말 살인적인 밀어내기는 남양유업이 유일하다."
서울에서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하며 울분을 토로했다. 그는 남양유업과 10여 년 동안 거래하면서 "나만이라도 봐 달라"며 호소도 했고 절규도 했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한탄했다.
지난 3월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협의회가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영업사원들은 남양유업의 발주 전산 프로그램을 통해 대리점주들이 발주한 물량을 마음대로 조작했다. 점주들이 자신이 발주한 것과 전혀 다른 물품을 받거나 주문한 수량보다 훨씬 많은 물품을 받는 것은 다반사였다. 항의라도 할라치면 대리점을 그만두라는 협박이 되돌아왔다.
김 씨는 "대리점 개설 시 초기 자본만 1억~1억 5000만원이 들어가는 데다 밀어내기로 쌓인 물품대금까지 누적되면 가게를 쉽게 정리하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리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싶어도 남양유업이 워낙 밀어내기로 소문이 나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다 고개를 젓더라"며 "투자비용은 곧 전 재산이기 때문에 결국 회사한테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남양유업 사태로 불거진 '밀어내기'는 산업계 전반에서 영업 전략의 하나로 자리 잡은 일종의 관행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 이 같은 수단은 공격적인 확대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들의 매출 성장에 한 몫을 차지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1조36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5년 전에 비해 40%가량 증가한 수치로 매년 평균 8%씩 매출 성장을 이룬 셈이다. 특히 2010년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매출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진출 6개월 만에 업계 2위의 네슬레를 따돌리며 시장점유율을 10%대로 높였고 이는 곧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도 11.5% 매출이 증가하며 성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주가의 상승폭은 이보다 월등하다. 2008년 남양유업의 최저가는 종가 기준 33만5500원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최고치는 지난 4월 30일 기록한 116만5000원으로 4배 가까이 올랐다. 1년 전에 비해서도 2배 정도 오른 수치이다.
하지만 매출 확대를 위해 대리점주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리한 매출 목표를 설정하다보니 영업 활동도 비정상적이고 불합리해질 수밖에 없었고 대리점에는 강압이나 물품 밀어주기가 횡행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일파만파로 번진 이번 사태는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이에 남양유업의 5월 매출은 한 대형마트에서 '반 토막'이 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
주가도 마찬가지인 상황. 남양유업은 올 초 주당 100만원을 넘기며 황제주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욕설 파문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막말 녹취록이 공개되기 직전인 지난달 2일의 남양유업 주가는 114만9000원. 하지만 20여일 만에 18% 이상 떨어져 황제주 자리를 반납했고 현재 간신히 90만 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갑의 위치에 있는 대기업들의 횡포로 사회적 약자인 을이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거나 마녀사냥식 증오의 확산으로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움직임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갑을 관계를 넘어 파트너로서 인정해주고 함께 공동의 파이를 키워서 공유한다는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문제의 초점을 기업에 두고 기업이 망가질 때까지 계속해서 몰아붙이는 태도는 상생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