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미국이 자본의 진공청소기처럼 세계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양적완화를 통해 푼 12조 달러 가량의 자금을 벤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을 내세워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자 투자자들이 신흥국 통화와 주식,채권에 투자한 돈을 회수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이 월 850억 달러 규모인 채권매입 규모를 축소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다 중국과 인도 등의 경기둔화 우려가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신흥국 자산을 팔고 나가면서 통화가치와 주가,채권가치가 일제히 하락했다.
인도의 루피는 달러당 58.98루피로 사상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고, 광물자원에 의존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란드는 달러당 10.38란드로 2% 하락했다. 올들어 란드는 23%나 가치가떨어졌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인도 채권시장에서 최근 2주간 20억 달러를 빼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터키 리라,브라질 헤알,필리핀과 멕시코 페소 등 거의 모든 신흥시장 통화가 급락해 터키와 인도와 브라질과 폴란드,인도네시아 등이 환율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인도네시아는 시장개입 탓에 외환보유액이 5월 한달동안 무려 22억 달러나 감소했다.
주가 역시 폭락했다.태국의 주가는 이날 5%, 필리핀은 4.6%,인도네시아는 3.5% 주저앉았다.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미국행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산 수요가 넘치면서 달러는 강세를 유지했고 국채수익률이 급등(가격하락)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1년2개월만인 2.2%를 넘어선뒤 2.21%까지 올라섰다. 지난달 1일 연중최저치(1.61%)에 비해 한 달 여 사이에 무려 0.6%나 급등한 것이다.
주식시장은 여전히 활황세다. 다우지수는 전거래일에 비해 116.57포인트( 0.76%) 떨어져 1만5122.02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1만5000선을 지키고 있다.
WSJ는 양적완화 축소가능성과 더불어 전세계 나머지 국가들보다 경기가 좋다는 인식이 미국 자산과 달러화를 리스크가 큰 신흥시장 주식과 통화보다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분석했다. FT는 신흥국은 연준이 12조 달러 이상을 푼 양적완화의 최대 수혜자였는데 급격한 조정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의 소시에떼 제네랄 은행의 선임 전략가인 베느와 안은 “연준의 돈이 신흥시장에서 거품을 부풀렸고 투자자들이 연준정책 변화를 가격에 반영하면서 시장이 흐트러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는 단기 투매는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앞이다.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상향조정했는데 무디스나 피치도 가세하고 5월 17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미국 경제의 회복속도가 빨라지고 고용지표 개선이 확연해진다면 양적완화 시기는 앞당겨지고 미국 자산 선호도 또한 높아질 전망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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