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SK하이닉스가 그간 특허 소송을 벌여 왔던 램버스와 포괄적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진행돼 왔던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해 경영상 불확실성을 해소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 램버스와 향후 5년간 2억4000만달러(약 2700억원) 규모의 포괄적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계약 대상은 램버스가 보유한 반도체 전 제품 기술 관련 특허다. 과거 사용분을 모두 포함해 향후 5년간 대상 기술의 사용권한을 갖게 된다. 계약금액은 분기당 1200만달러다.
2010년 삼성전자가 램버스와 법정 다툼을 종결하는 대신 5년간 총 9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사업 규모 면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SK하이닉스의 계약금액은 삼성전자의 4분의 1 수준으로 만족할 만한 조건이라는 평가다.
이번 계약에 따라 그동안 SK하이닉스와 램버스가 진행해 온 모든 소송은 취하될 예정이다.
램버스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은 SK하이닉스와의 소송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에서 진행된 특허 침해 소송의 경우 2009년 3월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이 "SK하이닉스의 D램 제품이 램버스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약 4억달러의 손해배상금 및 경상로열티를 지불하라는 1심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후 2011년 5월 항소법원(연방고등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재심리를 위해 본 건을 다시 1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은 지난달 SK하이닉스의 손해배상액을 2억5000만달러 감액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1억5000만달러의 손해배상금과 경상로열티 등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또 2004년 5월에는 램버스가 추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고 39억달러의 손해를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샌프란시스코 주법원은 "D램 업체들 간 불법적인 담합이 없었다"고 판시해 램버스가 항소한 바 있다.
SK하이닉스와 램버스 간의 소송은 2000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이후 독일·프랑스·영국 등에서 ▲특허 침해 소송 ▲특허 무효 소송 ▲반독점 소송 등으로 이어져 왔다.
이처럼 반도체 '특허괴물'로 악명을 떨쳐 온 램버스는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마이크론·엔비디아 등과 특허소송을 벌인 바 있다.
램버스는 최근 특허 소송이 아닌 특허 라이선스 협력을 맺는 방식으로 사업 전략을 수정했다. 특허괴물이라는 오명을 벗고 관련 업체들과 상호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타결로 여러 건의 소송이 모두 취하될 뿐만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경영상의 불확실성도 해소하게 됐다"며 "라이선스 계약 체결로 인해 지불하게 될 로열티 는 이미 충당금에 충분히 반영돼 재무상의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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