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신임 농협금융지주 회장 취임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임종룡 신임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11일 첫 출근길에서 기자와 만나 "농협금융과, 농업인과, 농협 고객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 회장이 느끼는 책임감은 현재의 농협지주가 처한 상황을 웅변한다.
농협금융지주는 출범 후 1년 4개월 동안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두 명의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고 지난 3월 또 전산장애를 겪기도 했다. 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농협금융지주는 금융지주체제의 성공적인 안착과 안정적인 운영기반 마련을 위해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있다. 그 중심에 임종룡 회장이 있다.
그는 경제관료 출신으로 장관급인 국무총리실 실장을 역임한 거물급 구원투수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전혀 부각되지 않다고 막판에 부상하며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쳤다. '깜짝 인사'였다. 임 회장은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격인데다 금융 분야에 대한 전문성까지 갖추고 있다. 공무원 시절 임종룡은 자타가 공인하는 '탁월한 조정자'였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기재부 1차관과 국무총리실 실장까지 지내면서 조정자로서 역량을 발휘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기재부 차관 시절에는 경제정책을 입안하면서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는 데 탁월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농협 내부에서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여러 숙제를 안고 있다. 혼란을 겪은 직원들을 다독여 조직을 안정시켜야 하고 농협중앙회와의 관계에서도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임 회장은 이미 탁월한 조정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취임 전 농협중앙회 노조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는 등 직원들과 소통에 나섰고 출근 후 첫 행보도 노조와의 면담으로 잡았다. 노조가 출근저지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임 회장은 "농협금융이 처한 상황을 냉철히 바라보고 원칙에 입각해서 치밀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금융지주 체제를 확고하게 안정화시키기 위해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주주인 중앙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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