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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혁신리더십'이 회사 망쳐" 효과적 위기경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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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방향 명확히 알리고 공감 유도해야
핵심적 업무에 집중하는 환경 조성
위기관리 끝날 땐 인정과 보상 필수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 중소기업에서 6년째 근무 중인 이경환(34)씨는 해마다 발표되는 신년사를 외울 정도다. 요지는 항상 '지금은 기업의 위기 상황',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 등 회사 사정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뻔한 내용이기 때문.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부터 계속된 것 같다. 이씨는 위기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없이 직원들에게 헌신만을 요구하는 회사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매번 위기 극복을 이유로 야근에 임금동결 방침만을 내놓는 회사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위기 경영은 구성원들의 마음과 행동을 집중시키고 업무에 몰입하도록 해 변화에 수반되는 저항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변화 관리 전문가인 존 코터도 "성공적인 변화는 위기 의식을 일깨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며, 리더의 가장 중요한 일은 구성원들에게 위기 의식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위기를 매번 강조하다 보면 경영진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무게감이 점차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늘어난 업무량과 근무시간, 급여ㆍ복리후생 등 각종 보상의 감소 등을 떠올리기 쉽다. 이런 여건 속에서 열정을 가지고 업무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위기 경영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토대로 효과적인 위기 경영의 방식을 알아봤다.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구성원의 공감 유도해야 = 효과적인 위기 경영을 위해선 먼저 기업의 방향과 전략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이 업무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그림에서 고민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해 나가는 경영진들과 달리 구성원들은 소속된 작은 단위의 조직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기에도 급급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직원들은 큰 흐름 속에서 기업이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지에 대한 인식과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경영진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공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1990년대 초 필립스의 위기 경영법을 일례로 들 수 있다. 재무 건전성 악화와 사상 최대의 영업 손실로 위기에 직면한 시점 구원투수로 제라드 클라이스터리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그는 "필립스는 전략이 없었다. 제품을 열심히 팔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너무 많은 사업을 벌였고, 그 사업들의 기복도 너무 심했다"고 반성하며 새로운 전략을 구상했다.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회사가 확보한 자원과 가능성을 파악해갔다. 고민 끝에 소비자 중심의 비즈니스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기 시작했고, 2006년 반도체 사업을 접고 의료ㆍ조명ㆍ소비자 가전에 집중했다. 그 결과 이듬해인 2007년 필립스는 매출 268억 유로를 달성했다.

"엉터리 '혁신리더십'이 회사 망쳐" 효과적 위기경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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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상황이 위기일수록 '핵심'에 집중해야 = 위기 상황에는 '혁신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구성원들의 반응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지난해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대상의 약 74%가 '회사의 혁신 경영 방침에 피로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 첫번째 원인으로 언급된 것이 '업무량이 늘어나서(49%)'다. 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혁신 노력에 대해서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높다고만은 할 수 없으며, 위기 극복에 수반되는 업무 증가로 인해 구성원들이 몰입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말해준다. 오히려 업무 가중으로 구성원들이 만성 피로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위기 극복을 강조하는 동시에 구성원들이 보다 핵심적인 업무에 집중하여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의 업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제 상거래 업체 중 하나인 독일의 오토 그룹의 경영진은 인력 조정 이후 구성원들의 업무 부담이 20~30%정도 증가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진은 '각 프로젝트에서 필요한 투자 규모, 비용 대비 가치, 그리고 구성원들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제공하는지 여부(안내 데스크, 직원 식당 리모델링 등 회사에 대한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활동)'를 기준으로 당장 중단해야 할 업무와 반드시 수행해야 할 업무를 구분했다.


◆위기 극복 위한 고삐를 잡더라도 당근이 필요 =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과 위기의 끝이 어느 정도 보이는 상황에선 구성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 그간의 노력을 인정해줘야 한다. '어려울 땐 힘들지만, 그에 대한 인정은 확실하게 해준다'라는 인식이 구성원들에게 전반적으로 자리 잡으면 또다시 위기 상황이 닥쳐도 구성원들은 희망을 가지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금전적인 보상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구성원들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도 구성원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 금융회사 웰스 파고의 CEO 존 스텀프는 변화 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한지 1년째 되는 날에 모든 구성원들에게 그들이 기여한 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맥킨지 컨설턴트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표현이 변화를 위한 동기 부여에 상당한 영향을 주며 수 개월간 효과가 지속된다.


위기 극복을 강조하면서 구성원들을 위축시키기보단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 스스로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는지 되짚어 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위기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김보경 기자 bkly477@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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