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 '구로다에 얽힌 세 가지 미스터리'에 이어 계속
다양한 악조건 속에서도 구로다 히로키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뭘까. 크게 세 가지다. ▲긴 이닝을 던질 만큼 강한 스태미나 ▲장타허용 감소 ▲정교해진 커맨드다.
구로다가 올 시즌 조기 강판한 건 두 경기. 4월 3일 보스턴 레드삭스와 홈경기와 2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경기다. 모두 타구에 몸을 맞았다. 보스턴전에선 다니엘 나바의 타구에 오른손을 맞아 1.1이닝만을 던지고 내려왔다. 볼티모어전에선 매니 마차도의 타구에 오른 종아리를 맞아 2이닝 만에 교체됐다.
두 경기를 제외한 아홉 차례 선발등판 경기에서 구로다는 평균 106.7개의 공을 던졌다. 수치는 커리어하이에 해당한다. 38세지만 체력적인 문제가 전혀 없단 증거다. 9경기에서 소화한 이닝은 평균 7.15.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할 경우 구로다는 209.1이닝을 소화하게 된다. 이 경우 그는 3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던지게 된다.
구로다가 지난해 양키스로 이적할 당시 다수 야구관계자들은 장타허용을 우려했다. 다저스에서 뛴 4년(2008년~2011년) 동안 내준 홈런은 총 64개. 다저스타디움은 파크 팩터에 비춰보면 투수에게 조금 유리한 중립구장이다. 홈런 팩터는 낮지 않은 편. 이 때문인지 구로다는 잘 던지다가도 일발 장타에 좋은 경기흐름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양키스는 2009년 뉴 양키스타디움 개장 뒤 심각한 고민에 직면했다. 오른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이 많이 나왔다. 양키스타디움은 이전에도 왼손타자에게 유리했다. 똑같은 디자인에도 급증한 우월 홈런 수는 스테로이드 시대가 막을 내렸단 점을 생각하면 분명한 이상현상이다. 물론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도 장타력이 줄어든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같은 선수도 있다.
현지 매체들은 원인을 바람에서 찾는다. 서쪽의 허드슨강과 할렘강을 타고 부는 북서풍이 구장 위치, 홈 플레이트 방향 등의 변화로 경기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내다본다. 실제로 3루 내야에서 우측 외야로 부는 바람은 꽤 강하게 느껴진다. 야간경기에선 더욱 그렇다. 바람은 양키스 오른손 선발투수들에게 순식간에 악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새 구장 개장 이후 잔혹사가 펼쳐졌는데 이는 지난해 40세의 왼손 선발투수 앤디 페티트를 브롱스로 불러들이는 계기가 됐다.
투구에 애를 먹은 건 구로다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시즌 개막부터 그해 5월 26일까지 9경기에 선발 등판해 홈런 10개와 2루타 12개를 허용했다. 구로다는 극복을 위해 커맨드를 더욱 날카롭게 다듬었다. 노력은 곧 결실로 이어졌다. 5월 27일 이후 가진 24차례 선발 등판에서 홈런을 15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올해 성적은 더 놀랍다. 11경기에서 5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피안타율도 0.218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피홈런은 절반으로 줄었고 피안타율은 커리어 로우를 기록하고 있다. 9이닝 당 볼넷 허용(BB/9)도 2.08개로 적은 편. 타자들이 득점을 낼 확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많은 이들은 싱커를 손꼽는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파고들며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날카롭게 꺾이는데 땅볼을 유도하는데 주효하고 있다. 지난 시즌 구로다의 싱커는 1418개 가운데 15.59%에 해당하는 220개가 땅볼타구로 연결됐다. 11.67%의 땅볼유도 확률을 기록한 스플리터와 함께 강력한 무기로 자리를 잡았다. 구로다의 지난 시즌 싱커와 스플리터 땅볼타구비율(GB%)은 52.5%로 커리어하이였다.
그런데 재미난 점이 있다. 올해 구로다의 땅볼 유도 비율은 지난 시즌보다 떨어졌다. 47.3%로 커리어 로우다. 땅볼/뜬공 비율(GO/AO) 역시 1.20으로 빅리그 통산인 1.42보다 낮다. 수치는 땅볼투수인 구로다에게 적신호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록을 조금 더 파고들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③편에서 계속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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