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헌법재판소는 교육부가 여성만 입학할 수 있도록 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이대 로스쿨)을 인가한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30일 “평등권과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엄모씨 등 2명이 교육과학기술부와 이대 로스쿨 학교법인을 상대로 입학전형계획 위헌확인을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합헌) 대 2(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교육부는 2008년 9월 전국 25개 대학에 로스쿨 설치인가를 내주며 여성만을 입학자격요건으로 한 학교법인 이화학당의 입학전형계획을 인정했고, 이후 이대 로스쿨은 ‘정규대학 졸업과 동등한 학력이 인정되는 여성만이 지원할 수 있다’는 2010학년도 로스쿨 모집요강을 발표했다.
전국에 배정된 2000명 규모 로스쿨 신입생 가운데 100명 몫은 여성 차지로 굳어진 셈이어서 성차별 논란이 일었다. 이에 엄씨 등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던 남성들은 “남성에 대한 역차별로 평등권과 직업의 자유, 교육받을 권리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2009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대 로스쿨의 입학전형계획에 대해 “여성고등교육기관이라는 이화여대의 정체성에 비춰 ‘여자대학교’라는 정책 유지 여부는 대학 자율성의 본질적 부분에 속하고, 인가처분으로 인해 엄씨 등이 받는 불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직업선택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 두 기본권의 제한에 있어 적정한 비례관계를 유지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며 사실상 일치된 의견을 내놨다.
교육부가 이대 로스쿨에 인가를 내준 것이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두고선 헌재 내부 의견도 갈렸다.
헌재 다수의견은 “남성들이 진학할 수 있는 로스쿨의 정원이 여성에 비해 적어지는 결과를 초래해 청구인들의 기본권 침해 자기관련성이 인정된다”며 심판 청구는 받아들이되, “학교법인 이화학당을 공권력의 주체라거나 그 모집요강을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어 부적법하다”고 결과적으로 엄씨 등의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나 이진성, 조용호 두 재판관은 “산술적으로 남성의 합격가능성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나 이는 결정적 요소라 할 수 없어 헌법상 기본권 침해 문제가 생길 여지는 없으므로 자기관련성이 없다”며 “심판청구 전부를 부적법 각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2011년 열린 헌재 공개변론에서 이대 측은 “이대 로스쿨이 아니라도 동등한 수준의 시설을 갖춘 로스쿨 진학이 가능해 차별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고, 교육부도 “여성에 대한 특별한 배려나 고려 없이 기준대로 엄격하게 평가한 결과”라며 인가 처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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