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중소 벤처기업 살리기는 역대 정권에서 보지 못한 수준의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것들로 가득하다. 이르면 올 상반기 국무총리실 산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총괄하는 협의회가 본격 출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정부의 핵심국정 과제인 창조경제의 중소ㆍ중견기업 육성 정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특히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창업ㆍ벤처기업을 위해 민간과 함께 6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키로 한 것이 눈에 띈다. 올해 2조원을 포함해 향후 3년간 총 6조원을 조성해 예비 창업자들에게 창의적인 지식ㆍ기술만을 가지고도 성공 스토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이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 창업ㆍ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현행 벤처ㆍ중소기업 정책으로 지원되는 자금의 양은 풍부하지만 과도한 리스크 회피 경향으로 투자보다는 융자에 치중된 현실 때문이다. 현행 벤처ㆍ중소기업 지원은 창업을 위한 대출을 받기도 어렵지만 대출을 받더라도 상환부담은 물론 실패 시 채무자가 돼 재기 기회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어렵다고 해결해 달라고 이야기하던 우리 기업들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하는 노력이 엿보이는 내용들이다. 창조경제의 햇살과 산뜻하기까지 한 정책 지원의 바람은 우리 산업계에 봄을 선물해 주는 시기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향기에 취해 있기에는 우리 기업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여전히 공장은 돌아가야 하고, 끊임없이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매일 물량과 투입자금을 찾는 경영활동은 계속된다.
벤처 대책이 발표되고 많은 이들로부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아 왔다. 바쁘다고 사양해 왔지만 사실 그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큰 것이 사실이다. 모든 대책에 기업이 수혜를 보거나 해당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예측과 기대를 하는 데 있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사안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언제부터 그리고 누가 이 대책을 실현해 나갈 것인가는 아직 조금 더 기다려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많은 만큼 우선 해결할 과제도 많다. 법률이나 시행령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대다수이다. 물론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내놓은 제도이니 국회나 정부 스스로의 개정 의지가 분명할 것이지만 몇 달 후, 일 년 후를 생각하기에는 기업들은 바쁘기만 하다.
흔히 경영은 시간싸움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특히 요즘처럼 정보화 속도가 최고조에 이르고 국내외 시장에서의 경쟁심화가 가득한 시대에는 언제 론칭을 하느냐의 문제는 제품의 경쟁력만큼이나 시장에서의 사활을 가늠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감성적인 기대감이나 눈에 보이는 먼 풍경은 기업에 사치가 될 뿐이다.
충분한 햇살과 바람은 나무가 자라고 씨를 퍼뜨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영양소이자 필수요소이다. 하지만 유리막 속의 나무에 햇살과 바람은 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유리막을 걷어 주어 진짜 세상 속에서 자연이 주는 영양소를 받아들일 때 스스로 튼튼한 나무가 된다. 이제 그 대책이 기업에 바로 전달될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필요한 법 개정을 진행하고 기업이 그 효과를 제대로 경영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 이해와 자생력 확보를 위한 자체 역량 강화를 충분히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정책이든 수혜, 지원, 참여주체 각자의 역할이 제대로 기능할 때 비로소 그 달성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엔젤투자자와 벤처캐피털(VC)이 투자자에게 주는 혜택에 대한 정부의 바람을 이해해야 하고, 인수합병(M&A)의 주체가 되는 대기업, 중소 벤처기업이 그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고 적용할 때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대책이 햇살로서 우리 창조경제의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비록 감성적이지만 이번 대책을 바라보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제 유리막이 걷어지고 그 햇살과 바람에 더 튼튼히 성장하고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경영환경이 완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은정 한국여성벤처협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