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칫값 못한다는 '1조펀드' 살펴보니
KB운용 74% 최다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올들어 '1조 펀드'가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최근 중소형주 중심의 종목 장세가 펼쳐지면서 대형주를 많이 담은 1조 펀드의 수익률이 신통치 않다. 다만 장기 수익률로 따져보면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설정 이후 지금까지 수익률이 100%를 넘는다.
2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이 1조원이 넘는 대표 클래스 국내주식형펀드(ETF)는 총 13개다. 이 중 9개 펀드는 올 들어 평균 -3.4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국내주식형 펀드(-1.00%)를 밑돌았다.
그러나 기간을 늘여 6개월, 1년, 3년 수익률로 따져보면 상황은 급변한다. 각각 3.01%, 7.54%, 28.99%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설정이후 지금까지 수익률은 무려 100.36%에 이른다.
1조 펀드는 몸집을 키워 스스로 회사 대표펀드 자리에 올라선 펀드로 '브랜드파워'라는 장점을 갖는다. 덩달아 붙는 투자자 신뢰로 시중 유동자금을 빠른 속도로 빨아들인다.
3년간 수익률이 가장 좋은 펀드는 KB운용의 'KB밸류포커스자(주식)클래스A'로 74.73%다. 6개월과 1년 수익률도 각각 15.31%, 27.68%다. 삼성운용의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1[주식](A)'는 42.52%의 수익률로 2위에 올랐다. 외국계로는 JP모간운용의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자(주식)A'가 33.55%를 기록했다.
설정액이 2배 이상 증가해 1조 클럽에 가입한 펀드도 눈에 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주식)C1'은 설정액이 259억원에서 1조4015억원으로 불어났다. 교보악사운용의 '교보악사파워인덱스 1(주식-파생)ClassA'도 3416억원에서 2조5079억원으로 몸집을 키웠다. 이들의 3년간 수익률은 각각 15.48%, 29.03%로 견조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1조 펀드는 운용 규모가 크다보니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특히 급락했던 수출주 위주의 대형주를 많이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주식형펀드 가운데 1조원 이상을 담은 대형펀드는 시장보다 변동성과 성장성이 높은 종목들을 편입해 시장 상승기에는 초과수익률을 올릴 수 있지만 하락기에는 하락폭이 시장 평균보다 큰 경향이 있다.
다만 꾸준한 장기 수익률로 자금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은경 제로인 연구원은 "3년 이상 장기 성과를 통해 1조 펀드의 옥석을 가려야 한다"며 "최근 증시에서 소외됐던 대형주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을 담그기 시작하면서 내수주와 수출주가 상승모멤텀이 일어나고 있어 1조 펀드의 수익률을 꾸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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