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약세 진정에 자동차株 동반↑.."韓 증시 상대강세 여부 외국인 손에 달려"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23일 일본증시가 7% 이상 폭락하면서 국내증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엔화약세에 따른 일본 증시의 랠리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면,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국내증시의 저평가 매력 부각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증시는 지난해 9월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70% 가까이 급등했다. 반면 국내증시는 외국인의 기조적 '팔자' 움직임에 1900~2050 사이 박스권에 갇혀 제자리걸음을 이어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일본증시의 폭락은 일본시장의 상대적 고평가를 조정 받는 과정의 일부라며, 한국증시의 상대강세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할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한국과 일본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주식을 팔아 일본 주식을 사는 등 실질적인 대체관계로 인식돼 왔으나, 명확한 롱(매수)-숏(매도)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저평가 매력 외의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다만 이날 엔화가 달러당 101엔대로 진정된 것과 같이 약세를 멈추고 속도 조절에 나설 경우, 국내증시 내에서도 자동차 등 기존의 엔화 약세 피해주들은 힘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증시는 현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15.6배로 비싼 상황이고 한국증시는 PER 8배로 싼 상황"이라며 "두 증시간 격차를 좁히는 것은 결국 엔화 약세가 어느 정도 선에서 진정될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급락세를 이어가던 달러당 엔화 환율이 주춤하면서 일본증시의 가격 부담이 이어진다면 상대적으로 싼 한국증시에도 눈길이 닿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증시와의 상대적 관계 외에도 중국·미국 등 주요 국가들의 경기 상황 역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정부의 내수부양 정책과 뱅가드 매물 출회 마무리 국면이 맞닿으며 국내증시의 저평가 상황이 부각될 것"이라며 "단 중국 지표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 안정화가 뒷받침 돼야 한국증시 등으로의 본격적인 유입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일보다 7.3% 하락한 1만4483.98로 23일 거래를 마감했다. 토픽스 지수 역시 6.9% 하락한 1188.34로 장을 마쳤다. 이날 하락폭은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대지진 발생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이날 일본시장 폭락의 주 원인으로는 일본은행(BOJ)의 국채시장 개입이 꼽혔다. BOJ는 이날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1% 선에 이르자, 전날 통화정책회의까지 아무 문제 없다는 태도를 보였던 BOJ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면서 2조엔에 이르는 대규모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 BOJ의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시켰다는 지적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날 BOJ 금정위에서도 국채 수익률 상승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으나 오늘 전격적으로 시장 개입을 단행하면서 국채수익률 상승에 대해 BOJ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이 하락 요인"이라고 짚었다. 이밖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와 중국의 제조업 경기 위축 소식 등도 악재로 작용하며 아시아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코스피는 이날 전날보다 24.64포인트(1.24%) 빠진 1969.19에 거래를 마쳤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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