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승기 ]
일부 종편 사과·‘일베’ 사이트 폄하 글 현저히 줄어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3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도 진실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고, 역사마저 왜곡되고 있다.
5·18은 광주시민들이 신군부의 정권찬탈 음모에 맨손으로 맞선 민중항쟁으로,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여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보수 세력과 종합편성채널(종편)은 5·18을 흠집 내고 왜곡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악의적인 유언비어 등 5·18에 대한 부정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강운태 광주시장을 비롯한 5월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정치권 등이 ‘5·18 왜곡’을 시도하고 있는 일부 종편방송과 보수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등에 강력히 대응하고 나섰다.
▲사건의 발단은 국가보훈처
5·18 역사 왜곡 문제는 국가보훈처가 5·18 33주년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하면서 시작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노래다. 5·18 기념식 때마다 참석자 모두가 제창했던 노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5·18 기념식 때 악보를 보지 않고 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족들과 함께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가보훈처는 애초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기로 했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합창으로 한 발짝 물러섰지만, 제창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합창’과 ‘제창’을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면 비슷하게 받아들여지지만 공식행사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합창은 합창단이 부르는 것이고, 제창은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큰소리로 부르는 것이다.
결국 보훈처의 이 같은 결정은 광주시민은 물론 민주진보세력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임을 위한 행진곡’은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진보와 보수 세력 간의 이념 대립으로 촉발됐다.
▲일부 종편·보수 세력, 5·18 왜곡 도 넘어
종편 방송인 TV조선과 채널A는 5·18 33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5·18 정신을 왜곡하는 내용의 방송을 잇달아 내보내 파문을 일으켰다.
총을 든 군사독재정권에 저항해 빚어진 광주시민들의 희생을 마치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해 벌어진 사건처럼 묘사한 것이다.
이들 방송은 북한군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라고 밝힌 탈북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시민군 내에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등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이들 종편에 이어 보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회원들도 5·18 역사 왜곡에 이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사진 유포까지 막장으로 치닫았다.
일부 회원들은 5·18 당시 사진들을 활용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모욕했다. 심지어 ‘5·18 민주화운동 폄하·왜곡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힌 강운태 광주시장까지 마구잡이로 비난했다.
▲광주시·민주당 왜곡·폄하 강력 대처
강운태 광주시장의 5·18민주화운동 폄하와 왜곡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강 시장은 지난 20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채널A, TV조선 등 종편과 일간베스트저장소 사이트에 5·18 왜곡 폄하의 내용을 자진 삭제하라”며 “사과와 정정, 삭제하지 않으면 모두 사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강 시장은 이어 21일 오전 시청 홈페이지 ‘시민과 함께’ 코너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 지정을 위한 범국민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 같은 강 시장의 움직임에 네티즌들의 참여 열기는 뜨거웠다. 서명 하루 만에 온라인 서명자가 1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서명자들은 광주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영남 등 전국에서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도 강 시장의 강력한 의지 표현 후 자체 대책위를 구성하고 문제가 된 종편을 항의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종편은 잇따라 사과방송을 내보냈고, 일베사이트에는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 폄하 글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광주시는 종편의 사과나 정정 내용의 진실성에 대해 24일 법률대응팀에서 세부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사법대응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강 시장은 5·18왜곡에 대한 법적 대응 등을 위해 지역 각계가 참여하는 대책위 구성까지 지시한 상황이다.
광주시는 24일 오전 시청에서 5·18역사 왜곡대책위원회를 열고 5·18역사 왜곡·폄하 대책과 ‘임을 위한 행진곡’ 5·18공식 기념곡 지정 등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한다.
장승기 기자 issue9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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