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 '최고다 이순신'. 영화 '타워', '베를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레미제라블'. 이 문화 콘텐츠들에는 최근 인기몰이를 하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 외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콘텐츠 제작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의 문화 콘텐츠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과는 다소 거리가 먼 문화 콘텐츠에 투자해 성과를 창출하고 있어 새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금융'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기업은행의 문화 콘텐츠 지원 사업은 올해 들어 3월말까지 328건에 645억원의 지원이 이뤄졌다. 지난해 이후 누적기준으로는 총 2008건에 3236억원에 달한다.
지원 사업은 크게 대출상품과 투자펀드로 나뉜다. 대표적인 대출상품은 IBK문화콘텐츠 대출과 문화콘텐츠강소기업 육성자금 대출 등이 있다. 투자펀드로는 IBK금융그룹 문화콘텐츠 상생협력 투자조합, IBK-대성 문화콘텐츠 강소기업 펀드 등이 운용되고 있다. 주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문화 콘텐츠 산업 관련 중소기업의 기획ㆍ제작ㆍ유통에 지원된다.
KT와 함께 각각 200억원씩 400억원을 공동 조성해 중소 콘텐츠 제작사에 지원하는 대출 형태의 펀드도 이달 신규 출시됐다. 이 펀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최근 부각되고 있는 모바일 콘텐츠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ㆍ외 영화 5편을 대상으로 극장 상영 이후의 부가판권 유통에 10억원을 투자하는 등 새로운 시장도 개척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문화 콘텐츠 지원은 '창조금융'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문화 콘텐츠는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완성도만 보장되면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싸이의 '말춤'과 스마트폰 콘텐츠 등을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기업은행의 이 같은 활발한 문화콘텐츠 지원 사업은 조준희 행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조 행장은 지난 2002년 일본 근무시절에 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다수의 한국인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산업의 역량을 확신했다고 한다.
조 행장 취임 이후 기업은행은 문화콘텐츠사업부를 신설했다.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문화콘텐츠 자문위원회도 구성했다. 또한 53개의 문화콘텐츠 전문 거점지점 운영을 통해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저금리ㆍ저성장의 경영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방송 부문에서는 '뿌리 깊은 나무', '빛과 그림자', '더킹투하츠', '오자룡이 간다', '7급공무원', '광고천재 이태백', '최고다 이순신' 등 지원하는 작품마다 성공을 거뒀고 '베를린' 등 흥행 영화와 인기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비롯해 '뽀로로' 등 캐릭터에도 지원이 이뤄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단기 수익을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우수 문화콘텐츠 중소기업을 적극 발굴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인의 기술력과 창의성에 자본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결합시켜 문화콘텐츠 산업이 성숙될 수 있도록 금융파트너의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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