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유방암으로 투병하던 어머니가 밤마다 외할머니를 부르짖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만약 어머니가 마리화나를 갖고 있었다면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다. 적어도 식욕은 잃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 첫 마리화나 자판기를 출시한 ‘메드박스’의 브루스 베드릭(44)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의 주간지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마리화나가 어두운 뒷골목에서 몰래 피우다 각종 범죄를 일으키는 마약이 아니라 암 환자들에게 필수 의약품이라는 것이다.
메디박스는 DVD 자판기와 유사하다. 하지만 아무나 지폐를 넣고 마리화나를 구입할 수는 없다. 주정부의 마리화나 판매 허가를 받는 매장에서만 설치가 가능하다. 메디박스 이용을 위해선 의료용 마리화나 카드를 소지한 환자의 지문부터 확인해야 한다. 플라스틱병이나 대마초, 마리화나가 포함된 브라우니 등 여러 가지 형태로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는 처방량 이상은 구매할 수 없고 전산 시스템으로 관리되는 만큼 판매자가 슬쩍할 수도 없다. 주정부는 세금도 징수할 수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교외에 살던 베드릭은 10살 때 유방암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대학 시절엔 어머니처럼 아픈 사람들을 돕기 위해 지압사로 일하기도 했다. 오레곤에서 지압 학교를 졸업한 그는 건강관리센터를 열었지만, "아픈 사람들을 이용해 배를 채울 수 없다"며 곧바로 문을 닫았다.
새로운 직업을 찾던 그에게 환자들이 귀뜸해 준 사업이 마리화나 자판기다. 그는 당시 로스엔젤레스에서 의료용 마리화나 매장 2곳을 운영하는 V. 빈센트 메디자데(P. Vincent Mehdizadeh, 34)와 의기투합하게 됐다. 메디자데의 마리화나 매장은 24시간 마리화나를 판매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이 것이 메디박스의 효시다.
미국에서 워싱턴 DC와 18개주에서 의료용 목적의 마리화나는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워싱턴주에서 기분전환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제정했고, 콜로라도주에서도 소매 판매를 허용하는 법안이 최근 통과됐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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