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
금리가 속수무책으로 하락하고 있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로 1%대를 고시하는 은행마저 생겨난 상황이다. 이미 4%대 1년제 정기예금은 멸종된 지 오래다. 문제는 이러한 저금리가 장기 트렌드로 자리 잡을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은 고령화와 저성장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고령화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예외 없이 복지비의 증가를 의미한다.
복지비를 감당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경제가 성장해서 늘어나는 세금을 통해 그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가 말해주는 것은 어떤 나라든지 20여 년 이상 고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이제 우리나라도 완연히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성장률이 낮아지면 세금을 더 걷기 어려우므로 정부는 빚, 즉 국채 발행을 통해 복지비를 조달하게 되고, 결국은 현재의 선진국들처럼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 중 하나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금리가 낮으면 정부의 부채가 늘더라도 이자가 적어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시 외환위기가 발발하거나 급격한 경제 변동이 일어난다면 금리가 오를 수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저금리 기조가 안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시각일 것이다.
은퇴자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저금리 기조는 치명적이다. 필요한 노후자금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어떤 은퇴자가 매년 1000만원의 이자수익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이 은퇴자는 금리가 10%라면 1억원만 있어도 필요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금리가 5%로 떨어지면 2억원, 2%에서는 5억원, 1%에서는 10억원이 필요하게 된다. 금리가 특정 수치 이하로 떨어지면서 필요한 자금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대게 4% 이상의 금리에서는 동일 이자수익을 위해 늘어나는 원금이 그리 크지는 않다. 그러나 3%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필요원금은 가파르게 증가한다. 한국은 이미 금리가 3% 구간 아래로 내려가버렸다. 바야흐로 노후자금 대란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고 금융자산 관리를 포기하자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서 더욱 부지런해져야 한다. 3~4% 이상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면 필요한 노후자금 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리스크를 통제하면서도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자산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위험·중수익 자산관리란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시중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에 속하는 펀드로는 인컴펀드, 절대수익펀드, 해외채권형펀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 등이 있다.
은퇴 후 자산관리를 너무 안정적으로 가게 되면 은퇴기간이 길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의료비 등이 발생할 경우 노후자금이 부족해지기 쉽다. 반대로 고위험을 추구하게 되면 현역기간과 달리 추가 적립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 원금을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고 은퇴자의 경우에는 매년 인출이 일어나기 때문에 수익률이 다시 상승할 때까지 원금을 그대로 유지하며 기다릴 여유도 없다. 중위험·중수익 자산관리가 답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근로활동 기간이 많이 남아 있거나 공무원처럼 충분한 연금소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투자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회복할 기회가 있다면 좀 더 적극적인 자산관리 전략을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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