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재현 온라인뉴스본부장]국내 온라인 미디어의 지형을 또 한 번 바꿔 놓고 있는 네이버의 뉴스스탠드 시행이 한 달이 지났다. 당초 네이버가 내세운 뉴스스탠드 시행의 명분은 ‘브랜드 중심의 뉴스 소비 패턴 정착을 통한 뉴스 품질 제고’였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떤가. 언론사들은 급격한 뉴스 트래픽 하락으로 울상이다. 네티즌들이 뉴스스탠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검색창에 ‘뉴스스탠드’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자동완성 검색어로 ‘뉴스스탠드 없애는 법’, ‘뉴스스탠드 삭제’, ‘뉴스스탠드 짜증’등이 줄줄이 보이는 데서도 네티즌들의 반응을 알 수 있다.
뉴스의 품질은 어떤가. 다시 선정성 기사, 낚시성 제목으로 회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인기 키워드에 맞춰 생산한 검색용 기사가 쏟아져 네이버 뉴스 데이터베이스는 흙탕물이 되고 있다.
이에 반해 네이버 뉴스 섹션으로의 방문자는 늘어나고 있다.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네이버만 이익을 보게 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상생’을 목적으로 시행했던 ‘와이드 뷰’ 화면과 ‘오늘의 신문’ 페이지에 광고를 붙여 언론사들과 나누겠다던 정책도 광고비를 받았다는 언론사가 아직 하나도 없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뉴스스탠드 이용의 불편함에서 찾아야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네티즌들의 뉴스 이용 패턴을 감안하지 않은 탓이다. 오랫동안 눈길 가는 제목을 클릭해서 뉴스를 보는 것에 익숙해진 네티즌들에게 갑자기 뉴스를 찾아서 보라니 외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네이버는 지금도 홈페이지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인기 검색어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그것들과 관련된 뉴스만 보기에도 바쁘다. 게다가 그 검색어들은 90%가 연예관련 아니면 해외토픽 거리다. 결국 네이버 스스로 브랜드를 생각하고 소비하기 보다는 인기 위주의 뉴스를 소비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이런 마당에 자신이 좋아하는 언론사를 미리 설정해 두고 두 번씩 클릭해서야 겨우 뉴스를 볼 수있는 뉴스스탠드를 이용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언론사들은 트래픽을 위해 뉴스스탠드 보다는 검색을 통한 트래픽에 더 힘을 쏟는 모습이다. 실제로 내로라하는 언론사들도 네이버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와 관련된 뉴스를 반복해서 생산하고 있다. 인기 검색어 대응을 잘 한 언론사가 뉴스스탠드에 올라 있는 언론사보다 더 많은 트래픽을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이 같은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언론사들에게 트래픽에 신경쓰지 말고 본질적인 기사 품질에 신경 쓰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을 너무 무시한 것이다. 현재 언론사들은 온라인 뉴스의 경우 자신만의 고유의 독자를 대상으로 뉴스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포털을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뉴스를 제공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트래픽의 품질에 따라 광고수입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박사학위 소지자 천명의 트래픽보다 초등학생 만명의 트래픽이 더 많은 수익을 낳는 것이 현실이다.
비유를 하나 해보자. 수십 년간 고가의 명품 구두만을 만들어 온 A사가 있었다. 단골도 제법 있어 그럭저럭 사업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근에 사람이 미어터질 듯 몰리는 놀이동산이 생겼고 그 주인은 인근의 가게들에게 무료 점포 개설을 허락했다. 그런데 그 동산에 점포를 개설한 뒤 A사 사장은 고민에 빠졌다. 명품 구두보다는 값싼 구두를 만들어 파는 인근의 상점들이 훨씬 장사가 잘 됐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니 명품의 가치를 알고 찾아오는 손님들만을 대상으로 장사하던 때와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A사 사장은 고민 끝에 구색상품으로 값싼 구두를 함께 진열했다. 역시나 매출은 명품 구두 보다 저가의 구두에서 훨씬 더 나왔다.
이제 해법은 언론사와 포털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언론사 고유의 정체성이 살아날 수 없고, 포털에 트래픽을 의존해야 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백약이 무효일 것이기 때문이다.
백재현 온라인뉴스본부장 itb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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