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투자증권의 살벌한 통보
정해진 실적 못내면 삭감
7일 아시아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지난달 IBK투자증권은 6월 재계약자 10여명이 근무하는 지점의 지점장들에게 'PB 000의 6월 재계약 관련 실적 안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 문서에는 최모 차장의 3월말 현재 기준 임금 삭감률이 25%로 명시돼 있다. 즉 최 차장이 4월말까지 추가로 6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연봉이 25% 깎인다는 내용이 골자다. 또 6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면 10% 삭감, 8500만원 이상을 달성해야 지난해와 같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고 통보했다.
IBK투자증권의 PB 연봉재계약 기준에 따르면 연봉은 BEP 달성률에 따라 +10%에서 -25%까지 변동된다. BEP 달성률이 160% 이상이면 연봉 10% 상승, 120~160%는 5% 상승이고, 80~120%는 동결이다. 65~80%는 10% 삭감, 65% 미만은 25%가 삭감되는 구조다. BEP는 월급여에 약 3을 곱한 수치로 연봉 재계약시 실적 산정의 기준이 된다.
서강석 IBK투자증권 노조지부장은 "사측이 이메일을 발송한 표면적인 이유는 실적 독려지만 실제로는 과도한 실적 압박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침체 및 거래량 부진 등에 따른 실적 감소의 책임을 PB에게만 묻고 있다"며 "실적부진을 이유로 25%씩 세 차례 삭감돼 결국 퇴사한 사람까지 나왔다"고 토로했다. 특히 기본급을 토대로 깔고 일부만 성과에 연동되는 타 증권사와 비교해 연봉 전액이 성과에 연동되는 구조도 직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노조가 주장하는 25%씩 세 차례 삭감돼 퇴사한 사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신설 증권사라는 영업 여건을 고려해 다른 회사보다 BEP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적이 좋은 직원에게는 추가로 성과급을 지급하기 때문에 BEP에 따른 연봉 증감률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법무팀 관계자는 "과도한 실적 압박으로 보일 수 있으며 이는 불완전 판매를 부추길 소지가 있다"며 "특히 연봉계약 내용은 비밀유지 조항이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상돈 기자 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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