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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은 썩는데 너무 멀쩡한 유로존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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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지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채 금리다.


몇 달 전만 해도 국가 부도 가능성이 제기된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급락하는 등 유로존 국채 금리는 최근 급속히 하향 안정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중순만 해도 6%대 중반대를 기록한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30일 3.891%로 마감돼 2010년 11월 이후 최저치에 이르렀다. 독일과 프랑스의 국채 금리도 사상 최저 수준이다.


유로존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을 사수하기 위해 무제한 유로존 국채 매입에 나서겠다는 발표를 내놓으며 유럽 국채시장이 빠르게 안정됐다.

최근에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유로존 국채 금리 인하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달 4일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 취임 후 처음 열린 BOJ 통화정책회의가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한 후 일본 자금이 유럽 국채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며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최근 유럽 국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것은 일본 투자자들의 수요 증가 때문일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양적완화 덕에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으로 눈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 국채금리가 경제상황이 호전돼 하락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탈리아에서는 새 총리가 선출돼 연정이 구성됐지만 힘의 균형을 이룬 좌ㆍ우는 사사건건 대립할 수 있다. 스페인ㆍ그리스는 여전히 불안하고 키프로스에 이어 슬로베니아도 곧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고용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 3월 유로존 실업률은 전월에 비해 0.1%포인트 상승한 12.1%로 집계됐다. 사상최고치다. 이탈리아만 해도 3월 실업률이 11.5%다. 청년실업률도 38.4%를 기록하고 있다. 국채 금리의 하락 속에서 23일 공개된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때문에 유로존 국채 금리 급락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 유로존 위기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감안하면 최근 유로존 국채 금리 하락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오닐 회장도 금리 하락이 지나치다며 "개인적으로 독일 국채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도 유럽 국채 금리 하락이 긍정적인 신호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유럽 지도자이 시장의 신뢰를 잃어 금리가 하락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설명했다. 투자가 부진하다 보니 대출 수요가 줄어 금리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2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유로존 경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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