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일본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 공격적인 양적완화와 2년내 소비자 물가 2% 달성 목표를 내건 아베 신조 총리정부의 경제정책으로 엔화약세와 뒤이은 주가 상승과 소득 증가의 결과 지출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 총무성이 2인 이상 1세대 가계지출을 조사해 지난 달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중 1세대당 소비지출은 31만6166엔으로 1년 전에 비해 5.2% 증가했다. 자영업자를 제외한 월급쟁이 세대의 소비지출은 7.6% 증가한 35만957엔을 기록했다. 실수입은 44만4379엔으로 1.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업계에서는 아베 경제정책(아베노믹스)의 결과 대기업 주식이 60% 이상 오르면서 부유층들이 소비지출을 늘리는 자산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61세의 가정주부인 요시무라 소노코씨는 커튼에 100만 엔(미화 1만 200달러)을 쓸 작정이며, 건설회사 판매부장인 오타케 이데카즈씨(60)는 주가가 올라 46인체 TV를 50인치로 교체할 생각이다.
이들 덕분에 3월중 대형 소매점 매출은 2.4% 증가해 20년 사이에 가장 큰 폭의 신장세를 보였다고 FT는 전했다.
물론, 일본 전체 가구의 80%는 유가증권을 보유하지 않아 자산효과가 사회 전반에까지 스며들지 못해 전체 소매업 매출이 1.4% 감소하는 등 부자들의 아랫목 경기가 사회 전체의 윗목까지 퍼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소비지출이 증가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실업이 줄고 소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실업률은 4.1%로 전달에비해 0.2%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2008년 11월 이후 4년 4개월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남성실업률은 4.5%로 0.1% 포인트 하락했고 여성 실업률은 3.5%로 전달에 비해 0.4% 포인트나 급락했다. 실업감소는 공업생산 증가와 이에 따른 고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공업생사은 올해 1분기중 1.9%증가해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멈췄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26일 정책회의 뒤에 “가계 심리 개선과 노인층 소비지출 욕구로 경기약화가 중단됐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미즈호 연구소의 다카타 하지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왕성한 소비자는 ‘발사단계’인 아베정책의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사람들이 더 이상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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