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영준 기자]'무한도전'이 8주년을 맞았다. '무한상사' 특집으로 꾸며졌지만, 그 안에는 버라이어티라는 이름에 걸 맞는 다양한 요소들을 녹여냈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한 단계 진화해 진정한 '끝판왕'으로 등극했다.
27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은 8주년을 맞아 '무한상사' 뮤지컬 특집이 전파를 탔다. 그동안 수차례 진행된 특집인 만큼 멤버들 개개인의 정형화된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게 다가왔다. 유부장(유재석) 박차장(박명수) 정과장(정준하) 정대리(정형돈) 노사원(노홍철) 하사원(하하) 길사원(길)의 등장은 그래서 반가움으로 다가왔다.
'무한상사' 특집은 꽁트로 진행된다. 각각의 역할에 맞게 정해진 상황에서 대부분 애드리브로 진행된다. 하지만 무작정 애드리브가 아닌 전체적인 스토리는 정해져 있었다. 이날 '무한상사'는 뮤지컬 형식을 차용해 웃음을 극대화했다. 시작은 갑작스레 아이유 임슬옹의 '잔소리'를 패러디한 '잔소리송'이 BGM(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부터였다. 마이크를 집어든 멤버들은 유부장의 잔소리를 비꼬는 가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유부장이 사장으로부터 정리 해고 소식을 전해 듣고는 씁쓸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이 장면에서 가수 장기하가 깜짝 등장해 '풍문으로 들었소'를 부르기 시작했다. 유부장의 팀에서 누군가 한 명이 정리해고 된다는 소식을 풍문으로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장기하의 진지한 표정과 이를 바라보는 유재석의 모습이 오버랩 돼 코믹한 장면이 연출됐다. 그러나 '무한상사' 뮤지컬 버전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뮤지컬 패러디의 정점은 멤버들이 로보트 슈트를 개발한 후 시연회를 하는 장면이었다. 박명수는 걸그룹 태티서의 '트윙클'을, 노홍철은 이박사의 '야야야'를, 그 밖에 다른 멤버들 역시 경쾌한 노래와 함께 화려한 등장을 알렸다.
'무한도전'은 단순한 뮤지컬 패러디로만 머물지 않았다. 이날 방송은 8주년 특집답게 다양한 게스트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언급한 장기하를 시작으로 로보트 슈트 실험을 위해 초빙된 배구선수 양효진과 김수지도 함께했다. 이들의 등장과 '무한도전' 멤버들의 장기라 할 수 있는 몸개그까지 어우러지면서 웃음은 정점에 달했다.
'공감'은 '무한도전'이 가진 최고의 장점 중 하나다. 이날 멤버들이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가사로 영화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해 부른 '내일로'는 그 어느 때 보다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패러디답지 않은 멤버들의 진지함과 웅장한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면서 '공감' 코드는 보는 이들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드라마도 빠지지 않았다. '무한상사'에서 결국 정리 해고대상으로 선정된 이는 정과장이었다. 유부장은 정과장을 위로하기 위해 초밥집에 데려갔지만, 눈치 없는 정과장은 자신의 정리 해고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런 정과장을 보고 있는 유부장은 가슴이 더욱 아팠다. 그리고 회사로 돌아온 정과장이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해고 통지서를 보고 회사를 나가기까지의 과정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뭉클함을 자아냈다. 여기에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가사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 감동은 배가됐다.
'무한도전' 8주년 특집은 그 어느 때 보다 특별했다.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 안에는 패러디 몸개그 애드리브 콩트 드라마 등 버라이어티가 담을 수 있는 모든 요소가 담겨있었다. '무한도전'이 원조 리얼 예능을 넘어 한 단계 진화했다고 감히 말 할 수 있는 이유다.
장영준 기자 sta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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