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7시 관악구청 1층 용꿈꾸는 작은 도서관에서 오철수 시인의 엄마 사상을 주제로 한 북콘서트 열어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오늘 밤은 엄마가 더 생각난다. 엄마를 생각하게 하는 작은 음악회에 왔기 때문일까.
관악구청 1층에는 예쁜 작은 도서관(용꿈꾸는 작은도서관)이 있다. 이 곳에서 이날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북콘서트가 열렸다.
‘시로 읽는 엄마 사상’을 쓴 오철수 시인과 노래가 함께 한 북콘서트였다. 오철수 시인과 이지영 가수가 MC를 맡아 얘기를 나누다 밴드 꼬꼬뮨이 엄마 노래를 불렀다.
관객들은 함께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가슴 한편에 엄마가 흘러내린 아름다운 콘서트였다.
오철수 시인은 “엄마 사상은 생명을 잉태해 낳고, 먹이고, 보호하고, 키우고, 가르치고 때론 생명의 이타를 위해 연대하는 위대한 사랑”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엄마 사상의 핵심은 ‘생명’과 ‘살림’이라고 정의했다. 살아가면서 어머니의 살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엄마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생명, 즉 애를 낳는 것이라고 했다. 생명을 낳기 위해 여자의 몸과 정신이 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엄마는 아이를 낳으면 우주 중심이 아이 중심으로 바뀐다고 했다.
왜 그러냐면 본인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고 했다. 이는 엄마 몸 속에 쓰여진 우주 질서가 그렇게 생겼단다.
이어 엄마의 두 번째 변신은 생명을 낳아 기른 후 지혜의 어머니가 된다고 했다.
잠시 노래가 이어졌다. 4인조 밴드 꼬꼬뮨의 ‘엄마의 사상을 노래하자’였다.
이어 MC 이지영씨와 오철수 시인의 대담이 이어졌다. 또 노래 ‘엄마 나비야’ ‘붉은꽃’이 이어졌다.
‘엄마 나비야’ 곡은 ‘나비야 나비야 엄마의 몸 깊은 곳에서 내게로 날아온 꽃나비야’로 이어진다.
노래 ‘붉은 꽃’은 여성의 생리를 붉은 꽃으로 표현해 이색적이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오늘은 그날이 오시는 날, 지상에서 가장 찬란한 꽃 오늘은 그님이 오시는 날 ...’로 그리고 있다.
노래 ‘우리 꽃밭’은 ‘이 세상 엄마의 꽃밭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꽃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꽃밭은 더 커져간다 더 자란다’며 엄마에서 태어난 자식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이런 노래 가사를 들으며 참가자들도 함께 박수를 치며 노래했다.
MC 이지영씨는 “오철수 시인 책 ‘엄마 사상’ 책 내용을 노래로 표현한 국내 최초의 북콘서트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책이 살아 노래를 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노래 ‘생의 엄연함’에서는 엄마가 거대한 문으로 표현됐다.
엄마의 위대함을 다 함께 느끼는 작은 무대였다.
이날 부른 노래는 책 내용을 시로 표현한 것들이어 신선했다.
그러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백진주 교수가 나와 영화음악 ‘ 아바타’ ‘해리포터’ ‘슈퍼맨 리터즈’ ‘스타워즈’와 ‘어머님 은혜’ , 김건모의 ‘첫 인상’을 연주해 잠시나마 콘서트장에 온 기분이 들게 했다.
이성이 시인은 ‘먹어라 먹어라. 빨리 들어와라 빨리 들어와라. 불끄고 자라...’로 시작되는 자신의 시 ‘후렴구’를 낭송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과 함께 콘서트를 감상하던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MC로부터 “오늘 콘서트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질문을 받고 “엄마가 생각나요”라는 한 마디를 했다. 콘서트 흐름을 막지 않기 위한 배려로 보였다.
이날 콘서트는 도서관 1,2층 공간을 꽉 채운 주민들은 잔잔한 음악과 가슴 뭉클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콘서트에 참가한 주민은 “콘서트가 진행 될수록 무심코 지나쳐 왔던 엄마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며 “콘서트가 엄마처럼 나를 위로하는 것 같아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가장 친숙한 엄마에 대한 시를 듣다보니 우리의 삶을 노래한다는 느낌을 받아 좋았다”고 말했다.
‘북콘서트’는 기존의 딱딱한 ‘저자와의 만남’과는 다른 책과 음악이 함께 하는 신개념 문화프로그램.
관악구는 지난 2월 ‘책의 노래 서율’과 함께하는 이병률 시인과 만남, 그리고 달콤 쌉싸름한 사랑이야기’라는 주제로 책과 음악이 함께하는 ‘북콘서트’를 열어 주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유종필 구청장은 “엄마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이런 공연을 자주 열어 주민들이 다양한 기회를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슴 뭉클하면서 뭔가 여운을 남기는 멋진 콘서트였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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