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국민연금 지급에 대한 국가의 보장을 명문화하려는 국회의 움직임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회는 '국가는 이 법에 따른 급여의 안정적ㆍ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한다'는 조항을 넣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지난주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시킨 데 이어 조만간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그런데 여권이 상반기 입법과제 협의를 목적으로 엊그제 연 당정청 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이에 강력히 반대해 새누리당과 의견 충돌을 빚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정청은 이달 안에 다시 만나 의견을 최종 조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 국민연금법 개정 작업은 최근 국민 사이에 고조된 국민연금 조기 고갈에 대한 우려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 운용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키자 새누리당이 서둘러 입법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는 야당인 민주통합당도 새누리당과 입장이 다르지 않다. 이미 지난해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따라서 사실상 여야 간 합의 아래 추진되고 있는 국민연금법 개정에 대해 정부가 여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형국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입법되면 곧바로 국민연금 관련 충당금이 400조원 이상 발생함으로써 국가부채가 1700조원을 넘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외 국가신인도 문제와도 연결되고 재정건전성 관리에도 지장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의 지급 의무를 법에 명시한 나라는 없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 의무액을 국가부채 통계에 넣든, 넣지 않든 국가에 그런 부담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그렇게 명시하는 것이 재정의 투명화와 재정통계의 신뢰도 제고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일반 국민이 보기에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국가의 지급 의무가 법률에 규정돼 있는 터에 국민연금에 대해서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정부 입장을 납득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오히려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포함한 연금 제도 전체의 형평성과 건전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연금개혁 논의의 시발점으로 삼는 전향적 태도를 취하는 게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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