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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뗀 대검 중수부···32년만에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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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정·재계 비리 등 각종 부패사건을 수사하는 특수수사의 총본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32년만에 간판을 뗐다.


검찰은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10층 중수부 앞에서 채동욱 검찰총장, 박영수 전 대검 중수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 강하식을 가졌다. 검찰은 이날 부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국회의 뜻을 존중해 중수부 활동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선 검사장(대검 검사급) 및 중간 간부(고검 검사급) 인사에서 중수부 몫 자리를 모두 비워둔 바 있다. 다만 전국 최대 지검인 서울중앙지검에서 주요 특별수사를 지휘할 특수1·2부장으로 여환섭 중수1과장, 윤대진 중수2과장이 그대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은 중수부 공백을 메우고 부정부패 대응역량 확충 및 특별수사체계 재설계 작업을 위해 ‘검찰 특별수사체계 개편추진 T/F'를 출범시켰다. T/F는 오세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의 총괄 아래 법무부 대변인을 지낸 이동열 서울고검 검사, 중수부 첨단범죄수사과장을 지낸 이두봉 대구지검 부장검사 등이 참여한다.

T/F는 ▲검찰수사의 중립성 확보 ▲부정부패 대응역량 확충 ▲인권보호 강화를 기본방향으로 삼아 단순한 기구개편이 아닌 특별수사체계 전반의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방향을 연구할 예정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T/F 연구결과는 '검찰개혁심의위원회'의 보고·심의를 거친 뒤 최종안을 확정, 5월 말까지는 특별수사체계 개편이 완료될 방침이다.


중수부는 전신 중앙수사국이 특별수사부로 개편되는 과정을 거쳐 지난 1981년 4월 지금의 이름을 갖고, 수차례 통폐합을 거듭해 2004년 이후 수사기획관 및 중수1·2과, 첨단범죄수사과 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간 중수부는 검찰총장의 하명 사건을 수사하는 직할 부대이자, 전국 일선 검찰의 특수수사를 총괄지휘하는 중추 사정기관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중수부의 사실상 마지막 작품이자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의 출발점이 된 9조원대 금융비리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그에 앞선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2002년 대선자금 사건, 박연차 사건, 율곡비리 사건,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한보비리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칼을 맞대어 왔다.


권력형 비리와 정면 충돌하면서도 표적수사·편파수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정치검찰’ 논란이 일 때마다 폐지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급기야 중수부 수사 도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맞으며 폐지론은 급물살을 탔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한상대, 김준규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에도 중수부 폐지는 위기 국면마다 도마 위에 올랐다.


T/F팀장을 맡은 이동열 검사 역시 중수부 현판을 내리며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자라고 있었음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무성하게 자란 불신을 넘지 못해 중수부가 막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그간 중수부에 근무해 온 수사인력들은 증권범죄 합동수사단 등 일선 부서에 추가배치될 10여명 외 파견 검사·수사관들은 일선청으로 재배치됐다. 떼어난 중수부 현판은 검찰 역사관에 별도 보존된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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