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SK하이닉스·엘피다서 주문…디스플레이, 샤프에 투자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삼성전자가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특유의 수직계열화에서 부품과 세트 부문의 경쟁 체제를 본격 가동하고 있다.
애플과의 소송전, 소니와의 결별 등에서 나타났듯 부품과 세트 사업에서 서로 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세트 사업에서의 성공으로 늘어나는 부품물량을 더 이상 자체조달하기가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23일 삼성전자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에서 출시되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디지털 기기 수는 총 6억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대비 출하량이 1억대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3억6000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블릿PC와 일반 휴대폰까지 더할 경우 총 5억1000만대의 모바일 기기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7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평판TV 시장에선 올해 55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브라운관 TV를 더해 5300만대의 TV를 판매해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 2006년 3분기 이후 세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LCD 모니터의 올해 판매목표는 2500만대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LCD 모니터 2300만대를 판매했다. 여기에 더해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등을 더할 경우 생활가전을 제외한 삼성전자의 디지털 기기 출하량은 약 6억대에 달할 전망이다.
디지털 기기 출하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만으로는 이들 물량을 모두 조달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의 내재화를 통한 수직계열화로 세트 사업을 육성해왔다. 스마트TV 전 제품군을 비롯해 갤럭시S 시리즈 등에는 모두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부품들이 탑재돼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세트 사업이 급성장해 자체 생산한 모바일D램 만으로는 스마트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SK하이닉스, 엘피다 등에 모바일D램 공급 여부를 타진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경우 연초 수요예측을 통해 고객사와 수량, 단가를 협의하기 때문에 특정 회사에 공급량을 몰아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DS 부문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수량에 한계가 있다 보니 IM 부문서도 타사와 공급협상을 진행중인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TV 역시 크기, 기능, 가격대가 다변화 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양 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져 샤프에는 지분 투자를 단행했고 중국 패널 업체를 통해 소형, 중대형 디스플레이를 공급받게 됐다.
부품 사업 측면에선 수년간 '죽기 아니면 살기'로 치킨 게임을 벌여오다 결국 경쟁사들이 무너지는 순간을 맞게 됐지만 세트 사업 측면에선 애써 기운을 다 빼낸 경쟁사에 먹거리를 쥐어주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DS),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3개 부문으로 3인 대표이사 체제를 갖춘 것도 이런 배경에서 단행됐다.
세트 부문 입장서는 6억대가 넘는 디지털 기기를 차질 없이 생산하려면 삼성전자 외의 부품 협력사들을 확보해야 했고 부품 부문 역시 삼성전자 외의 공급처 없이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인 것이다.
부품과 세트 사업간의 잡음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간의 소송이 심화되자 애플은 삼성전자에서 공급받던 부품의 상당수를 대만과 일본에서 공급 받기 시작했다. 소니는 삼성전자와의 합작사 'S-LCD'를 청산했다. 부품 부문에선 협력사이지만 세트 부문서는 경쟁사인 특유의 관계 때문이다.
다만 최첨단 부품의 수직계열화는 그대로 이어갈 계획이다.
최첨단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와 쿼드코어(4개의 두뇌), 옥타코어(8개의 두뇌)를 가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선보이고 시장에서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갤럭시S와 같은 삼성전자의 전략 제품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부품 사업과 세트 사업 모두 공급처와 수요처를 다변화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각각의 전략을 담고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라며 "OLED, 차세대 AP 등 첨단 부품의 경우 초기 수요처 확보 및 세트 경쟁력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첨단 부품에 관한 수직계열화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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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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