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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칼럼]시험대에 선 '직업 정치인'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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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칼럼]시험대에 선 '직업 정치인'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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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던 20일 오후 4시10분 서울 노원구 상계9동 GS마트 앞.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유세차량이 도착했다. 선거 운동원들은 "잠시 후면 안철수 후보가 이곳에서 여러분들과 '공감 토크'를 할 예정"이라며 청중을 불러 모았다. 가던 길을 멈춰 선 이들도 있었고, 무심히 지나치는 이들도 있었다. 운동원들이 바람잡이를 시작한 지 20여분이 지나 안 후보가 도착했다.


지난 토요일 오후 상계동엘 갔다.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안 후보가 말하는 새 정치의 실체는 과연 무얼까. 그가 주장하는 새 정치의 요체를 언론이나 다른 사람을 통한 전문(傳聞)이 아니라 직접 듣고 싶었다. 주민의 반응도 확인하고 싶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는 대체로 거창한 구호보다는 지역 얘기에 더 솔깃해한다. 바닥 민심은 그가 말하는 큰 그림, 새 정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도 궁금했다.

안 후보는 "정치인 혼자서가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비전위원회를 만들어 주민의 소통과 참여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그를 바탕으로 입법활동과 의정활동을 하는 것, 그게 바로 새 정치의 모습"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을 상대로 외쳤던 정치권의 기득권 포기, 의원정수 축소, 중앙당 축소 등 정치쇄신 및 정당혁신과는 거리가 있는 얘기다. 그 사이 새 정치의 지향점이 달라진 것인가.


그건 아니란다. 국민이 원하는 새 정치는 '서민과 중산층의 작은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정치,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천함으로써 서민 삶의 질을 실제로 향상시키는 정치'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많이 듣던 얘기다. 기존 정치권의 '민생정치'와 무엇이 다른가. 그는 '새 정치는 없던 걸 새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원래 정치가 해야 할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략의 변화다.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일이다. 정치쇄신이니, 중앙당 폐지니 막연한 얘기보다는 '창동차량기지를 미래산업단지로 만들겠다'는 지역공약이 더 잘 먹히는 게 현실이다. 손에 잘 잡히지 않는 뜬구름 같은 공약이 아니라 당장 눈에 보이는 개발 약속 하나가 더 효과적이다. 표를 얻기 위해서는 큰 그림뿐 아니라 작은 그림도 잘 그려야 한다. '거대 담론 새 정치'를 지역선거에 걸맞은 '생활밀착 맞춤형 새 정치'로 포장을 살짝 바꾼 것이다.


변화한 건 전략만이 아니었다. 말투와 행동도 달라졌다. 높낮이가 거의 없는 말투는 여전했지만 어조는 또렷했고 여유가 있었다. 딱딱했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주민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껴안는 등 스킨십도 한층 자연스러웠다. "오는 30일이 결혼기념일인데 선거 때문에 선물을 못했다.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부부싸움이 날 것"이라는 달달한 얘기로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권력에 대한 의지가 강해졌기 때문일까. 청중이래야 초등학생까지 합해도 60여명에, 지난 대선 때와 같은 열띤 호응도 별로 없었지만 실망하거나 싫은 기색 없이 '공감 토크'에 끝까지 성의를 다하는 모습이었다. 빠르게 '현실 정치인'으로 변화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 변화가 기존 정치인과는 다르다는 예전의 이미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틀 후면 선거다. 세대별 투표율, 여당의 고정표 등 변수는 있지만 지금까지의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체로 안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안 후보가 당선되면 초선이지만 정치권 지형을 바꿀 인물로 부상할 것이다. 패한다면 정치 생명이 끝날지도 모른다. '직업 정치인 안철수'는 과연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어경선 논설위원 euh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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