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9억이하'서 '85㎡·6억이하'로.. “중대형 아파트 판매부담만 더 커져”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취지가 맞질 않는다. 거래를 활성화 하겠다고 해놓고선 수혜대상을 줄인 건 납득하기 어렵다. 중대형이 많지는 않지만 잘 팔리지 않는 물건이다. 그런데 6억원 넘는 중대형은 양도세 면제를 안해주니 말 그대로 ‘혹붙은 격’이다. 수요자들의 움직임에 직접 영향을 주고있다.”
서울 성북구의 A건설사 견본주택은 주말들어 분위기가 더 움츠러들어 있었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4·1대책에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초 정부는 신규·미분양 주택은 ‘9억원 이하’ 기준만 충족하면 혜택을 준다고 발표했지만 여·야·정 추가 합의에 따라 기존주택은 물론 신규·미분양 모두 양도세 면제기준을 ‘전용면적 85㎡이하 또는 6억원 이하’로 통일시켰다.
이렇다보니 수도권 내 6억~9억원대 중대형 미분양을 보유 중인 사업장은 고민이 커졌다. 현재 수도권 내 건설사들이 보유한 미분양은 대부분은 85㎡를 넘는 중대형인데다 가격 역시 6억원을 넘는다. 실제 정부안대로라면 7만3000여가구에 이르는 전체 미분양 가구 중 94.2%인 6만9000여가구가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수혜 대상이 8140가구, 11.1%나 줄었다.
경기권에 비해 실망감이 크지 않을 것이라던 서울시 미분양 사업장들도 뒤통수를 맞은 표정이다. 4·1대책 발표 때 기준으로는 혜택 대상인 미분양 주택이 2200가구였으나 1400가구로 급감했다. A건설사 관계자는 “85㎡가 넘는 중대형 미분양은 수요층의 관심도가 떨어진지 오래”라며 “면적도 크고 가격대도 높은 탓에 세제혜택이 커 유동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었지만 기준선이 조정돼 다시 찬물을 얻어맞은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왕십리 인근에서 중대형 미분양으로 속앓이 중인 B건설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체 미분양 중 이번 조정으로 혜택에서 벗어난 가구수는 10%도 되지 않지만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시내에서 85㎡이하 또는 6억원 이하 기준을 갖고 있는 미분양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정부 대책 발표 후 세제혜택을 내걸어 마지막 마케팅에 나서려고 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C건설사가 운영 중인 동대문구 소재 견본주택은 며칠새 비상에 들어간 경우다. 신규·미분양 주택에 대한 기준 조정으로 그나마 걸려오던 문의 전화마저 뚝 끊겼다. C건설사 관계자는 “봄철을 맞아 중대형에도 관심을 갖는 수요가 늘었던데다 정부 대책에 기대까지 반영됐었지만 기준 조정으로 찬물을 뒤집어쓴 꼴이 됐다”며 “기존 주택에 대해서만 대안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 분양을 준비 중인 건설사도 직격탄을 맞았다. 대표적인 사업지가 위례신도시다. 이곳에서 신규 분양을 앞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양도세) 면제에서 제외되는 물량이 제법 있다”며 “현재 책정하려는 분양가도 저렴한 수준이어서 더이상 분양가를 내리기가 어렵다. 이제는 다른 마케팅 방안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 회사가 분양 예정인 아파트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95㎡의 경우 5억8000만~6억3000만원, 101㎡는 6억6000만원선이다.
한 대형건설사 주택사업 담당자는 “신축과 미분양까지 기존주택처럼 양도세 감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수도권 미분양 해소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며 “대책을 내놓은 목적이 거래 활성화에 있는 만큼 중대형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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