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가구 평균자산, 獨의 3배 넘어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구제금융으로 연명하는 유럽 위기 국가들 국민이 지원국 국민보다 잘 산다면 공평한 일일까.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판은 문제 국가를 지원하는 중심축인 독일에서 구제금융의 불공평성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키프로스 국민들이 고액 예금자에게 구제금융 부담을 지운 조치에 반발해 시위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독일 국민의 시선은 더 차가워지고 있다.
키프로스 국민들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나치로 묘사한 사진까지 들고 시위하는 데서 알 수 있듯 모든 위기 국가가 독일에 대해 비난하면서도 독일에 손 벌려 독일인들 생활만 더 팍팍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조사 결과 키프로스인들은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은 자산을 갖고 있다. 심지어 스페인과 이탈리아 가구의 평균 자산도 독일 가구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가구는 평균 19만5000유로(약 2억8753만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스페인 가구 평균보다 10만유로 적은 것이다. 키프로스 가구의 평균 자산 규모는 자그마치 67만1000유로다. 독일 가구 평균의 세 배 이상이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가구 자산도 독일보다 많다.
평균 순자산으로 보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독일 가구의 순자산은 5만1400유로다. 그러나 키프로스 가구의 순자산은 독일 가구의 5배에 이른다. 이미 구제금융을 받은 포르투갈 가구의 순자산도 독일 가구보다 많다. ECB는 물론 독일 정부로서도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론도 있다. 독일 가구의 평균 구성원이 2명인 반면 키프로스 가구는 3명이다. 그러나 가구 구성원이 50% 많다고 자산이 200% 이상 많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처럼 키프로스가 스스로 구제할 수 있을만큼 부유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커지면서 독일 내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위기국의 자산은 안전하게 유지되는 반면 지원국의 납세자만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 위기 해법과 관련해 모두 독일만 바라보는 상황이 불공평하다는 목소리가 나올만하다.
슈피겔은 위기국 문제를 독일에 전가해 독일까지 위험해지면 유럽연합(EU) 자체가 깨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국들을 중심으로 긴축과 관련해 불만이 터져나오니 독일인들 사이에 반(反)유로 정서가 확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슈피겔은 전했다.
최근 반유로 정당이 지지층을 확대하고 있어 다음 총선에서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슈피겔은 위기국들이 부채축소를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체 재원으로 급한 불부터 끄라는 것이다. 충분한 재원이 있는데 왜 독일에 손을 내미느냐는 것이다.
앞으로 구제금융에서 독일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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