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총 1위 셀트리온 팔겠다는 '바이오벤처 신화'의 발언 2라운드
-"지분 매각금 1조7000억원 경쟁력 있는 국내 기업에 투자"
-이런 조건이면 판다 "시너지 창출할 수 있는 곳, 세계 10위권 다국적제약사, 항체의약품 여부 상관없어"
서 회장은 16일 저녁 늦은 시간 가진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제 막 지분 매각을 선언한 것일 뿐 인수 논의가 공식적으로 오간 다국적 제약사는 아직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5~6월께 유럽에서 '램시마' 승인이 나면 자신이 보유한 셀트리온 관련 지분을 전량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하고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며 "다국적 제약사 두 곳에서 비공식적으로 인수 제안이 왔다"고 언급했다. 그의 발언이 나온 후 업계에서는 화이자·존슨앤존슨·사노피·로슈·애보트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됐으나, 이날 '인수 논의가 공식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지분 매각이 당장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는 핑계일 뿐 다국적 제약사와 이면 합의를 했거나 실적 악화·분식회계설 등의 잡음에서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는 격한 감정을 쏟아내며 부인했다.
그는 "길어 봤자 두 달 반, 짧으면 한 달 반 만에 들통 날 사기를 치겠냐. 또 어느 기업 총수가 대를 물려 이어갈 '왕국'을 내던지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르면 5월 말 유럽의약청(EMA)에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승인이 나면 셀트리온이 더욱 탄탄해질 텐데 "돈 몇 푼 벌려고 (쇼를) 하겠냐"는 요지다. 잠시 숨을 고른 서 회장은 "제 발로 내려오겠다고 한 것은 2년 동안 거의 매일 진행됐던 공매도에 지쳐서였지 회사 내부 문제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공매도와의 전쟁'에 뒷짐을 진 금융당국에 대한 서운함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내가 물러날 테니 정부가 나서달라고 SOS를 쳤다. 불이 났다고 신고했으니 정부는 소방차라도 보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했다. 지분 매각으로 손에 쥐게 될 1조7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어디에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놓은 것은 없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에 해왔다"며 기술력 있는 회사에 투자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서 회장은 마지막으로 "(공매도에 지쳐 지분을 매각한다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내 생각이 악성 루머나 언론을 통해 왜곡됐을 때 가장 힘들었다. 진정성을 좀 믿어달라"고 강조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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