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폭탄발언' 미스터리 많다
공매도 금지 안한 금융당국에 불만 토로
정부가 공매도 막는 건 전 세계서도 유례없어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공매도에 대한 금융당국의 안이한 대응에 공개적으로 서운함을 토로했다. 셀트리온에 대한 공매도 세력의 공세가 도를 지나쳤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매도 금지 등을 통해 이를 막아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6일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432일 중 412일 동안이나 공매도가 지속되고 최근 6일간 공매도 비중도 16.6%나 된다”며 “거래소는 공매도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면 공매도를 금지할 수 있는 조항이 있음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공매도가 많다는 것이 문제라고만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중에는 회사 실질가치를 끌어올리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개별주 공매도 금지 가능한가= 거래소는 20일 이상 공매도 비중이 5%(코스닥 3%) 이상인 상황이 지속되면 개별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할 수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작년 말 공매도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해진다면 개별주 공매도 제한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개별주 공매도 금지는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을 제한해 오히려 가격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 개별주 공매도를 제한하는 조치가 아직 세계적으로도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이유다. 공매도 주문 물량과 주가 변동성, 회전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공매도는 주식이 하락하는 것에 돈을 거는 투자다. 주식을 먼저 빌려 매도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빌렸던 주식을 갚는다. 예를 들어 A사 주가가 100만원일 때 10주를 빌려 판 후, 주가가 90만원으로 떨어졌을 때 10주를 매수해 빌린 주식을 갚으면 100만원(10만원×10주)의 차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의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
◇공매도 많으면 무조건 문제?= 당장 안이한 대응의 주체로 지목된 거래소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매도가 많다는 것이 꼭 문제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매도는 그 비중이 많다거나 적다는 것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셀트리온이 제기한 문제는 주가조작이나 불공정거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다만 이와 관련해 미비점이 있는지 공매도 제도 전반을 검토해 볼 계획이다.
다른 종목과 비교하면 셀트리온의 공매도 비중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연초 이후 지난 15일까지 셀트리온의 거래 중 공매도 거래 비중은 6.29% 수준. 코스닥 시장에서는 가장 높지만 유가증권시장에는 셀트리온보다 공매도 비중이 높은 기업이 15개사에 달했다.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현대산업의 경우 연초 이후 체결된 거래 중 15% 이상이 공매도였을 정도다. 공매도가 많다고 주가가 무조건 떨어지지도 않는다. 한라비스테온공조와 LG전자의 경우 공매도 거래 비중이 7~8% 수준으로 셀트리온보다 높았지만 주가는 연초보다 각각 20%, 9.7%씩 상승했다.
악성루머를 퍼트린 후 공매도를 통해 시세차익을 챙기는 주가조작 세력이 있다는 지적에 관해서는 현재 금융감독원이 조사 중에 있다. 다만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인 만큼 조사가 마무리되고, 결과가 나온 후에 사안을 언급할 수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다.
◇공매도도 투자 방식으로 봐야= 일각에선 공매도도 투자 방식의 일종인 만큼 무조건 불법세력으로 몰아선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가 비싸다(고평가 돼 있다)고 생각해 공매도 투자를 하는 이들을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며 “회사 실질 가치를 끌어올려 주가를 높이는 것이 공매도 세력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자사주 매입, 무상증자, 주식배당 등의 인위적인 주가 부양책은 주가를 비싸게 만들어 오히려 공매도 세력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높은 재고비중 등 실적 관련 의혹을 해소하면 자연스레 공매도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재우 기자 jj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