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협정 오늘부터 본협상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6차 협상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시된다. 이날부터 17일까지 박노벽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전담 대사와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장관 특보가 양측 수석대표로서 치열하게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3월 19일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것은 우리 정부에 주어진 가장 시급한 외교 현안이다. 우리 정부는 세계 5위 원자력발전소 보유국 지위에 걸맞게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연료 재처리 권한을 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원자력협정 개정 의지를 강하게 밝힌 데 이어 12일 청와대를 찾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선진적·호혜적 협정 개정을 이루기 위해 창의적으로 접근해 가자"고 당부했다.
그러나 미국의 생각은 다르다. 케리 미 국무장관은 박 대통령,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연이어 만난 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북한·이란 핵 문제를 다루고 있는 민감한 시점이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 (한·미 원자력협정에) 들어가는 것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은 한국에 농축·재처리 권한을 부여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에둘러서 말한 것이다.
미국측은 농축과 재처리가 핵무기 재료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워싱턴 정가는 핵 비확산 체제 유지에 더욱 주력하는 모습"이라며 "미 의회에서 새 원자력협정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골드스탠더드(황금기준)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골드스탠더드는 해당국에 농축·재처리 권한을 포기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에 우리 정부가 협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골드스탠더드를 적용받아 농축·재처리 권한을 하나도 얻어내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국익은 물론 한·미 동맹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다양한 출구전략들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방안에는 ▲현행 협정 만기를 1~2년 정도 연장한 뒤 추가 협상을 지속하는 것 ▲미국의 사전 동의 범위를 현행 '개별 사안'에서 '일정 시기나 특정 단계'로 확대하는 것 ▲현행 협정을 일부 개정하고 10년 뒤 재협상하는 것 ▲한·미 양국이 2010년부터 공동으로 진행중인 '파이로 프로세싱(건식 재처리)' 연구의 성과를 보고 재처리 문제를 논의하는 것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5월 미국을 방문하는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담판을 지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한 정부 당국자는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우리가 그렇게 유리한 입장도 아니다"라며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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