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광역의회 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좌할 유급 보좌관제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한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어제 "올해 안에 지방자치법과 시행령을 고쳐 시도 광역의원이 유급 보좌관을 둘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숙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지방의회가 제대로 기능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예산을 들여서라도 일할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광역의원의 유급 보좌관제는 명분이 약하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서울시의회가 사실상 유급 보좌관격인 청년 인턴을 둘 수 있도록 한 조례안을 무효로 판결했다. 지방의회의 사무처 등은 어디까지나 행정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것이지 의원 개인의 활동을 보좌하라고 설립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당초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한 지방의회의 기본 정신에 어긋난다는 게 핵심이었다.
지방의 열악한 재정도 지나칠 수 없다. 현재 전국 17개 광역의회 의원 수는 855명. 의원 1인당 연봉 3000만원의 보좌관 한 명씩을 두면 257억원, 5000만원이면 427억원이 든다. 광역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평균 52%에 불과하다. 늘어나는 복지비용으로 지방재정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판이다. 해마다 의정비 인상을 추진해 가뜩이나 주민의 비판이 거센 마당에 유급 보좌관까지 두겠다는 것은 염치 없는 일이다.
보좌관을 두어야 할 만큼 의정활동이 생산적이었는지도 따져 볼 일이다. 제5기 광역의회 의원이 4년간 발의한 조례는 1인당 평균 2.7건이다. 1년에 단 한 건의 조례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이 수두룩하다. 광역의원은 연간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이 넘는 의정비를 받는다. 그러면서도 일은 뒷전인 채 해외여행이나 다니고 툭하면 몇 달씩 문도 열지 않는 게 주민이 보는 지방의회의 현실이다.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초 서울시의회에서 유급 보좌관제를 두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했을 때 서울시에 대법원 제소를 촉구하는 등 극력 저지하고 나섰다. 바로 이 같은 문제점들 때문 아니었던가. 불과 1년여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이유가 무언지 궁금하다. 지방자치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재정 부담이 늘어날 뿐더러 그 효과도 불분명한 지방의회 보좌관제 도입은 철회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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